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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Dec 01. 2020

‘인숙이 김치’, 세계 김치 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김인숙 대표,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인숙이 김치 김인숙 대표 대통령상 수상 

[포스트21 뉴스=최원진 기자] 수화기 너머로 다소 들뜨고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 달 13일 광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세계 김치 경연대회’에 참가해 대통령상(대상)을 차지하며 명인의 반열에 오른 ‘인숙이 김치’의 김인숙 대표다. 이 상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모른다는 김 대표는 그날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벅차올라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녀는 나를 순천으로 불렀다. 코로나19로 올해는 제대로 된 여행도 못 했기에 나는 김 대표를 만난다는 핑계로 고속도로에 올랐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세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비교적 여유 있는 드라이브를 즐겼다. ‘인숙이 김치’가 있는 선암사와 조계산도립공원의 가을 정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다. 시골집 외할머니처럼 버선발로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행복한 일들이 가득한지 얼굴은 더 젊고 건강해 보였다. “요즘 부쩍 다른 방송국에서 취재도 많이 오고, 유주라는 가수가 와서 촬영도 하고, 직접 김치도 배우고 갔는데, 어쩜 그리 예쁘고 착한지 모르겠더라.”며 근황을 속사포처럼 쏟아 놓았다. 


안토시아닌이 만들어 낸 자연의 빛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따뜻한 밥상이 차려졌다. 이번 대회에 출품했다는 ‘배추맛김치’와 ‘토종홍갓꽃물갓김치(이하 꽃물갓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보랏빛이 어여쁘게 맺힌 꽃물갓김치에 입을 먼저 적셨다. 대회에서 ‘자유종목’으로 출품한 ‘꽃물갓김치’는 원래 인숙이 김치에서 특허등록을 낸 상품이다. 


심사위원들은 꽃물갓김치에 대해 시원하고 깔끔한 맛도 일품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색이 예쁘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색은 홍갓에서 안토시아닌이 빠져나와 생긴 자연의 빛깔이다. 그 빛깔이 곱디고와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이 ‘꽃물갓김치’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안토시아닌이 몸에 좋은 건 다 아시잖아요~ 눈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있고, 면역력에도 좋고” 그녀의 즐거운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대갱이와 맛조개가 들어간 배추맛김치


김이 모락모락 오른 하얀 쌀밥에 ‘배추맛김치’를 한점 올렸다. 이 김치는 이번 대회에 ‘지정 종목’으로 출품된 포기김치다. 김 대표는 다시 들뜬 목소리로 수다를 이었다. 


“순천만에 대갱이가 유명하거든요~. 대갱이가 여름에서 가을 요 한철 나오는데, 작년에 요 대갱이를 넣어 고추장을 만들었는데, 고거로 양념 삼아 대갱이랑 맛조개를 넣어 담갔더니 얼마나 담백하고 시원한지.” 대갱이는 순천만 뻘밭에 사는 바다생물로 장어처럼 길쭉한 몸통에, 얼굴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에어리언’을 연상케 할 만큼 포악하게 생겼다. 


정식 명칭은 개소갱이다. 보통은 말려서 건어물로 먹는데, 노가리나 코다리 보다 연하다고 한다. 본디 일본 수출품으로 국내서 볼 수 없었으나,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리 밥상에 올라오고 있다. 


“얼른 잡숴봐요~ 이번에 대회때 요 배추맛김치랑 꽃물갓김치가 한 가닥도 안 남았다니까. 심사위원들이 다 드셨어요~” 요리를 해본 사람들은 이 기분을 안다. 먹는 사람들이 맛있다며 그릇을 깨끗이 비웠을 때의 흐뭇함을. 익으면 익을수록 풍미가 뛰어나다는 이 김치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당선됐다더니 절로 엄지척이 나오는 맛이었다. 

진한 양념이 배추의 시원한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고배의 잔을 마셨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상은 더 각별했다. 김 대표에게 상장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 상장이 지금 대통령 사인을 받기 위해 청와대로 올라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상식은 경연 당일 간소하게 치렀는데, 앞치마에 수건을 두르고 시상식을 한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고 하소연했다. 기존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단다. 그래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비법에 8년간 쌓아온 자신만의 노하우가 더해져 대통령상을 받게 된 것은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감사했다.


재료가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홍갓은 물론이고 홍갓에 들어가는 녹차, 뽕잎차도 직접 재배한다. 배추 속에 들어가는 고추, 양파, 마늘 등은 친언니가 농사짓는 벌교에서 온 것이고, 소금은 친척이 운영하는 영광의 염전에서 왔다. 김 대표는 “음식은 간보다 재료가 더 중요하다.”며 “재료가 좋으면 맛은 절로 난다.”고 강조했다. 


광주김치타운 ‘김치명인관’ 오픈


광주김치명인협동조합은 지난 16일 광주김치타운 1층에 ‘김치명인관’을 오픈했다. 광주 세계 김치 경연대회가 시작된 이래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인들만 이곳에서 전시 및 판매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김치를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찾자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김 대표도 올해 당선인으로 꽃물갓김치와 배추맛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김장 문화가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며 “이제는 우리 김치가 국내를 넘어 세계화하는데, 명인으로서의 본분과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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