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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Feb 06. 2020

펭수가 ‘어른이’에게 던지는 메시지

[포스트21=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최근, 이모티콘을 비롯한 각종 굿즈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처음에는 EBS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어른들의 “뽀통령”으로 불리는 ‘펭수’이다.    

 

우주 대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펭수는 뛰어난 춤과 노래로 매력을 뽐내더니 EBS 사장의 이름을 제멋대로 부르고, 자신의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등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가 가지는 모범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면서 유투브 채널 개설 7개월만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펭수를 캐릭터로 하는 다양한 부차 콘텐츠들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펭수가 방송 중에 불렀던 ‘요들송’과 ‘엣헴송’은 그 자체로서 인기도 많았지만, 팬들에 의해 디스코버전, 전자음악버전 등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샘플링(Sampling)이 작곡기법으로 인정받는 시대에 점점 더 다양하게 등장한다. 과거에는 코드와 멜로디의 진행으로 듣기좋은 음악을 평가했다면, 샘플링 작곡시대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내뱉는 대사들이 그대로 음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   

  

일상대화를 활용하여 음악이 만들어지면, 인간의 기본적인 ‘표현의 욕구’를 실현하는 방법이 풍성해진다. 말은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에 직설적인 표현수단에 해당하는데 반해, 음악은 메시지를 곡에 담기 때문에 은유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수단이 된다.   

  

지금까지는 통제의 시대였기 때문에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처럼 자기표현을 지양하는 사회적 에토스(Ethos)가 형성되었다면, 개인이 가진 지식과 생각을 융합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자기표현을 권장하는 사회적 에토스가 공유된다.   

  

이러한 시대에 샘플링 작곡기법은 은유적인 음악과 직설적인 대사가 조합됨으로써 표현수단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펭수처럼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아바타가 표현의 주체로서 등장하면 표현의 장애물은 더 낮아진다.     


즉, 탈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장의 이름을 제멋대로 부르기 힘들지만, 탈을 쓰고 캐릭터가 되면 당당하고 솔직한 표현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이다. 표현의 욕구는 누구나가 가지는 ‘기본적인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이 사회가 나의 ‘표현’을 ‘너그러이 받아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인데, 표현주체를 가상의 아바타로 설정함으로써 설사 그 표현에 있어 실수를 하더라도 직접적인 상처는 피할 수 있다.   

  

과거 아바타의 등장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할 수 있는 위협적인 개념으로 부각이 되었지만, 21세기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진 아바타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면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이 생산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어른이’에게 사랑받는 연습생 펭수는 이렇게 음악을 활용한 자기표현시대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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