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뮤직서커스 홍진욱 대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쉽사리 종식되지 않으면서 ‘언택트(Untac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영어단어 ‘콘택트(Contact)’에 반대의미를 뜻하는 접두사 un을 합성한 말로, 사람간 접촉없이 재화 및 서비스가 거래되는 소비경향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영어단어인 untact라는 말이 외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단어라는 점이다. 못 믿겠다면, 지금 외국 포탈사이트에서 이 단어를 쳐보시라!
그런데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는 기사, SNS, 뉴스 등 모든 곳에서 ‘언택트 시대’라는 말을 심심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언택트’는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과정에서 부각된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실 언택트는 코로나 때문에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이 용어는 이미 김난도 교수가 매년 우리나라 트렌드를 예측하여 발간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책의 2018년 전망에서 키오스크, 인터넷 은행 등 자동화된 기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대체해 주는 양상을 정의하는데 나왔던 바 있다.
당시 언택트는 기술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고, 대면에서 오는 불필요한 감정소비를 줄여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주목받았다. 물론 지금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접촉을 피하게 해준다는 강력한 외부효과로 유명해졌지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언택트 기술은 질병확산을 막기 위한 필수품이면서, 동시에 편리함과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총량감소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잠재적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범국가적사업으로 강력하게 언택트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언택트 기술의 진화가 아직까지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가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도 양극화 현생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연구원이 전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택트 서비스 소비자 수요조사’에서 언택트의 대표적인 분야인 원격학습은 만족(38.9%)하는 사람보다는 불만족(56.3%)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재택근무 분야에서는 10명 중 8명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매우 만족 27.2%, 만족 55.6%)
원격교육과 재택근무, 두 분야의 명암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인 공부와 일의 차이점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방향 측면에서 공부와 일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발견된다.
‘공부’의 경우 외부(교수, 교사)에서 언택트 기술의 수혜자(학습자)쪽으로 가는 반면, ‘일’은 기술의 수혜자(직원)에서 외부(회사)로 이동한다.
다시 말해, 온라인 교육에서 학습자는 수업을 ‘듣는’ 수동적인 위치인 반면, 원격근무에서 직원은 일을 ‘하는’ 능동적인 위치에 놓인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언택트 기술에 대한 만족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원격교육의 효과성과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은 원격교육의 프로그램을 ‘듣는’ 수업이 아니라 ‘하는’ 수업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집중도를 높이고 학습자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해 자발적인 심화학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히 강의를 듣다가 ‘다음’ 버튼을 클릭해야 다음 학습이 진행되는 형식적인 참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가 수업과 함께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튜터식 교육 프로그램이나, 배운 내용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과제를 제공하고, 부족한 개념은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단계식 교육 프로그램처럼 학습자가 충분히 참여하고, 이해여부에 대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수집된 학습자의 신호는 다음학습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사실 이는 비대면 교육이 주목받으면서 중요해진 개념이라기보다는 교육의 본원적인 목적에 가깝다.
모범적인 교육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은 학습자의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한다. 재택근무가 자발적으로 일어나듯, 학습도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학습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인 원격교육을 위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유래없는 등교연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아이슈타인을 만든 ‘호기심’을 자극할 양질의 학습프로그램이 점차 등장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