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좀 보면 어떤가요

사기당할까 봐 무서운 혼자여행

by 탱탱볼에세이

태국에서 출국할 때, 서비스 요금으로 20밧(800원)지불하는 것을 미리 확인해서 당황하지 않고 지불했다. 국경을 넘으면서 돈을 내본 적이 처음이라 긴장했다. 국경을 주중에 넘었던 것도 주말에 통과하면 더 비싸게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였다. 얼마 차이 안 나는 푼돈이지만 장기해외여행자에게 이런 작은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전날 열심히 블로그 후기 보고 시뮬레이션한 대로 태국에서 라오스로 국경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다. 버스를 다시 타러 가는 길목에서 35기가 한 달짜리 유심을 300밧(12,000원)에 파는 상인을 만났다. 그것이 정말 합리적인 지 몰라서 저렴한 게 맞냐고 물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불러보란다. 나도 모르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250밧(10,000원)으로 깎아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짐이 실려있는 내 버스를 놓칠까 봐 구매하지 않고 급히 버스에 올라탔다. 결과적으로, 가격 깎고 안 사고 도망 온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한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할 때면, 택시 기사님들의 손님 모시기 전쟁이 시작된다. 방비엥에 오기까지 3번의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마치 유명연예인이 되어 공항에 입국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 난 조금이라도 덤터기 당하지 않을까 필요 없다고 시선을 피해왔다.


하지만 농카이(태국)에서 방비엥(라오스) 직행버스가 없다고 한 순간, 멘털이 흔들렸다. 블로그랑 구글 지도 리뷰에서 없어졌다고 해서 걱정되었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비엔티안 가서 다시 방비엥 가는 버스를 타게 됐다. 막상 비엔티안에 무방비 상태로 도착하고 보니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라오스 유심도 없고, 야간버스를 타고 내리 이동한 탓에 핸드폰 배터리도 5% 정도밖에 안 남고, 라오스 돈 낍 환전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비엔티안에 도착해서 본 첫 택시기사를 따라갔다. 환전하는 곳도 알려주고 방비엥 가는 버스까지 뚝뚝이를 태워줬다. 얼마를 부르든 난 방비엥에 당일 가야 했고, 나를 방비엥까지 데려다줄 희망이었다. 덕분에 무사히 방비엥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한국 관광버스에서 많이 보던 좌석커버를 본 순간, 모든 긴장이 풀어졌다.

나는 버스터미널에서 방비엥까지 가는 데 25만 낍(20,000원)을 냈다. 미리 구글 맵 리뷰에서 방비엥 가는 버스 가격이 10만(8,000원)~15만(12,000원)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낍이 얼마나 하는지 몰라서 15만(12,000원) 낍이나 더 내고 호갱 당했네 생각에 찝찝했다.


어제는 라오스 1일 차라 한국돈으로 얼만지 가늠이 안 되었다. 낍에 0이 너무 많아서 막연하게 큰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국경에서 그냥 너무 많은 고민 없이 유심을 샀으면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냥 더 고생하지 않기 위해 치른 서비스 비용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라오스에 온 지 오늘로 2일 차가 되었다. 동전은 없고 화폐만 있는 라오스의 물가 적응이 아직도 안 된다. 거기다 가지고 있는 태국 바트로 라오스 낍을 1천 바트씩 2번 환전해 보았는데 누구한테 환전하느냐에 따라 1천 낍(80원) 차이가 났다.


이제는 라오스 낍에 0.08을 곱하면 빠르게 한국 돈으로 계산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8을 곱하고 0 두 개를 날리면 된다. 그래, 조그만 잔돈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실제로 진짜 티끌 차이였다.


여기 온 이유를 잊지 말자. 그저 산에 둘러싸여 있고 싶어서 방비엥에 왔음을. 오늘 아침에 숙소 앞에 펼쳐진 산을 바라보며 소들이 풀 뜯어먹을 때마다 움직이면서 나는 풍경소리 들으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이미 다녀간 사람들에 의하면 한국 사람과 한국 자본이 많고 액티비티가 다양해서 가평이라고 말했다. 방비엥에 도착하자마자 그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한국어 간판들이 보인다. 덕분에 처음 와본 곳이지만 이미 와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방비엥이 작아서 유심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라오텔레콤에서 15기가 유심을 4만 5천 낍(3,600원)에 샀다. 열심히 구글 지도 리뷰를 공부하고 갔기 때문에 1만 낍(800원)은 유심구매비용으로 따로 받는다는 사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참고로 35기가는 유심 포함 7만 5천 낍(6,000원)이었으니, 국경보다 방비엥 와서 유심을 구매하는 게 저렴하다. 물론 돈 조금 더 주더라도 라오스 넘어오자마자 안 헤맬 수 있는 기회를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싶다.

급한 연락할 일은 없지만 인터넷이 되니까 뭔가 숨통이 트였다. 아직도 쿨하게 손해 좀 보면 어떤가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순 없다. 혼자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의심한다.


유심, 환전, 물가 계산, 택시비 이런 기본적인 것에도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는 해외여행자의 숙명. 조금이라도 손해볼까 봐, 사기당할까 봐 무섭다. 항상 조심해야겠지만 푼돈 아끼려고 너무 사리지도 말자고 다짐해 본다. 이렇게 또 경험하면서 배우는 거라 믿는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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