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순례길 7일 차: 마라토너 아저씨

여기서 또 만나다니

by 탱탱볼에세이

30km 이상을 무리해서 걸어가면 포르투갈이었다. 하지만 바닷가를 계속 걷다 보면 햇빛이 뜨거워 오전 11시부터 걷기 버거워진다. 과연 어디서 멈춰야 할까 고민이 됐다.


그러던 중 한국인 순례자 아주머니를 만났다. 거꾸로 가기 때문에 어젯밤 어디서 묵었는지 정보가 내게 도움이 많이 된다. 숙소를 추천해 주셨고 나도 까미노 러브 어플 사용 방법을 알려드렸다. 납작 복숭아도 어제 다섯 개를 샀는데, 마침 일행분까지 세 분이라 하나씩 나눠드렸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포르투에서 다시 뵙기로 했다.


납작 복숭아 2개를 신나게 먹고 에너지가 생겨 산을 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 앗 한국인 마라토너 아저씨다. 아저씨는 북쪽길에서 만났던 분이었다. 북쪽길을 걸으며 몇 번 숙소에서 마주쳤다. 온톤 고속도로를 뛰어다니시는 걸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너무 느렸고 아저씨는 너무 빨라서 그 이후엔 전혀 볼 수 없었다. 아저씨는 북쪽길도 끝까지 다 걷고 프리미티보 길도 걷고 묵시아 피니스테레까지 다 걷고 포르투갈길을 포르투에서 걷는 중이셨다. 역시 대단하신 분.


까미노를 걷다가 만난 인연이 다른 까미노길에서 볼 수 있다니. 그리고 내가 역주 행했기 때문에 또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했다. 모르는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이 길이 조금은 편해졌다. 아저씨를 만난 게 너무 반가워서 사진도 찍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납작복숭아를 다 먹어버려서 너무 아쉬웠다. 아저씨 만날 줄 알았으면 10개 사는건데!


아저씨가 추천해 주신 숙소에 왔다. 역시나 좋다. 센스 있게 2층침대의 1층으로만 다 자리배정을 해주신다. 역대급으로 인터넷이 빠르다. 다 최신식시설인데 특히 석양이 감동이다.


아저씨가 어제 두고 간 화이트와인 마시라고 알려주셨는데 냉장고에 그대로 있더라. 어제 와인 한 병 마시고 토해서 와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라만 봤다.


숙소에 오자마자 영상 편집했다. 7일을 걸었는데 영상을 엮다 보니 40분이 넘어간다. 145km를 걸었으니 그만큼 긴 시간이었으리라. 이번 포르투갈길은 15km 이상씩 꾸준히 나의 템포로 걷는 것이었다. 그동안 오후 1시 전까지 열심히 걸었다.


내일이면 포르투갈 카민하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늘 같이 숙소에 묵는 순례자들은 다들 포르투갈에서 왔더라. 스페인에서 시작한 포르투갈길이 드디어 포르투갈에 닿다니. 기대된다.


편집하고 배가 고파서 근처 레스토랑에 갔다. 순례자메뉴를 18유로에 파는데 물만 준다. 여기 너무 시골이라 배짱 장사한다. 오늘도 걸으면서 1.5리터 물 한 병 사 먹는데 3유로를 냈다. 얼른 도시로 가야지. 북쪽길에서 만난 인연을 포르투갈길에서 정말 우연히 다시 만나서 즐거운 하루였다. 아저씨는 리스본에서 출국하신다는데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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