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와인 탐험기
도우루밸리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왔다. 이걸 위해서 사실 포르투에 다시 돌아왔다. 가파른 산 절벽에 다랭이 논밭처럼 끝없이 펼쳐진 푸른 포도밭을 실컷 바라보았다.
땅의 주인을 구분하기 위해 경계에는 올리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병충해에 예민한 올리브나무 덕분에 포도나무가 병충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역할도 있다. 포도계의 코로나 같은 필록세라 (포도나무에 수액 빨아먹는 진딧물) 때문에 미국 포도나무뿌리에 유럽 포도나무줄기를 접목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와인 한 잔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큰 정성이 필요한 것인지. 거친 자연환경에 맞서 와인을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나긴 시간이 깃들어있다. 맛있는 와인을 위해서 평생을 바친 조상들의 노고가 대단하다.
포도를 키우고 직접 손으로 수확해서 운반해서 다듬어서 숙성시키고 다시 내년을 위해 밭을 고르고 지난한 과정이다. 심지어 전통방식은 라가르라고 포도를 수확해서 발로 밟아 으깬다. 모두 빨리빨리 자동화를 외치는 세상에서 제일 느릿느릿 여전히 정성스레 정통 방식을 유지하는 와인 제조과정이 새롭게 다가왔다.
빈티지와인은 최고로 맛있는 포도 와인으로 특별하게 인정받은 것이다. 포도 농사가 잘된 해에는 너도 나도 빈티지 인증을 받기 때문에, 경쟁력을 위해 병입 하지 않고 일부러 더 숙성시킨다고 한다. 그게 LBV(late bottled Vintage) 와인이다. 마트에서 마주한 LBV 와인이 특정연도에 몰려있다면 그 해 포도가 참 맛있었구나고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포트와인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시작되었다. 영국귀족들이 마실 와인을 부패 없이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와인에 증류주를 첨가한 것이다. 달달한 맛의 비결은 발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디를 넣어서 당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오포르투 항구에서 와인을 운반해서 포트라 불렸다. 포트와인의 연 생산량은 품질유지를 위해 국가에서 정한다고 한다.
하루종일 다양한 포르투 와인을 시음했다. 확실히 모든 와인이 달달했다. 운 좋게 숙성한 지 50년 넘은 와인도 맛볼 수 있었다.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될수록 오크향이 깊었고 묵직한 단맛이 자연스럽게 옅어져 부드러운 맛이 났다. 이렇게 입맛이 고급스러워져도 되나 곤란스러울 정도로 맛있는 와인을 많이 마셨다.
달콤한 와인을 더 달콤한 안주와 함께 즐기는 포르투갈 사람들. 달콤한 식사 덕분에 유독 삶에 대한 큰 걱정이나 고민 없이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도 달달한 음식을 먹고 좀 더 달달한 사람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다만 당뇨병은 조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