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임브라 4일 차: 개 산책시키는 사람

하루 세 번

by 탱탱볼에세이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Carolina가 체크아웃하려고 방에서 시간 보내고 있는데 꾸꾸하고 부른다. 개들이랑 산책 나가잔다. 어차피 버스 타려면 2시간이나 남아서 배낭 메고 따라나섰다.


40kg가 나가는 암컷 검은 개 두 마리가 그녀의 식구다. 밖에서만 볼일을 봐서 매일 세 번의 산책을 한다고. 인간도 화장실 세 번 이상은 가는데 그녀에게 이건 일도 아니란다.


두 마리 개는 텐션이 정말 좋다. 집에선 조용한데 밖에 나오면 비슷한 개들이 반가운지 근처로 지나가기만 하면 사납게 울어대며 달려들려고 한다. 그럼 Carolina가 혼자 있는 힘껏 개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단디 붙잡아야 하는데 힘이 을매나 센 지.


이때 상대방 개 주인의 태도가 중요하다. 조금 비켜서 에둘러 시야 밖으로 돌아갈 것인지. 비웃으며 보란 듯이 개들 쪽으로 다가와서 지나갈 것인지.


개 산책시키는 사람에게서 짧은 찰나지만 대치상황에 대한 판단과 처신으로 인성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에 당신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사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두 손 붙이고 돕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곤경에 처한 사람 앞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오히랴 앞으로 지나가며 비웃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개가 없어서 개 산책시키는 것은 처음 해봤는데 그녀가 대단하다. 1일 체험으로 개 산책시키는 사람의 고단함을 슬쩍 맛봤다. 항상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그녀 덕분에 코임브라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마흔세 살인데 어쩜 주름마저 웃음 따라 생긴 그녀. 나도 Carolina 따라서 웃상으로 늙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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