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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4일 차: 여행 마지막날 해야 할 일

진자 진짜 중요해

by 탱탱볼에세이

숙소 체크아웃이 오전 11시라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어제 남은 밥과 김치, 참치, 계란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샤워하고 짐을 정리해 숙소 거실 한편에 두고 나왔다. 자동체크인 아웃 숙소라 눈치 보지 않고 짐을 두고 나올 수 있어 좋았다.


포르투가 옛날에 비해 관광객이 많아져서 거리가 북적거린다. 조용히 있고 싶어서 강 근처 공원을 찾았다. 꽤 넓은데 사람이 몇 없어서 계획대로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여행을 돌아보며 영상을 찍었다. 혼자 중얼거리며 필요한 말들을 하는 게 재밌다. 재밌는 일을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렇게 공원에 두 시간쯤 있었다.


포르투갈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포르투갈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1. 진자 마시기 2. 에그타르트 먹기 3. 여행후기 영상으로 올리기였다. 꽤 많은 시간이 남아서 여유 부렸는데 해야 할 일이 생기니 바빠졌다.


가는 길에 에그타르트를 팔길래 먹었다. 달달했다. 사실 에그타르트가 집마다 다 맛있어서 큰 차이를 모르겠다. 또한 이제 한국도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만든다. 그래서 포르투의 에그타르트가 크게 그립진 않을 것이다.


진자는 볼량시장에서 한 잔에 1유로에 판다. 진자(Ginja)는 체리술인데 작은 초콜릿잔에 따라 마신다. 술을 마시고 초콜릿잔도 먹는다. 친구 만나면 이 맛을 함께하려고 진자 한 병에 초콜릿잔을 샀다.


사실 대학친구 희라랑 8년 전에 루이스다리 앞에서 진자 한 잔 마신 추억이 좋아서 포르투를 다시 오게 됐다. 그때는 진자가 진자인 줄도 모르고 마셨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것이 진자라는 걸 알았다. 이제는 또 다른 대학친구인 정민언니랑 함부르크에서 진자를 마실 생각에 설렌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핸드폰으로 영상 편집했다. 유독 오늘은 스타벅스에 한국분들이 많아서 한국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시원한 커피와 빵빵한 와이파이, 충전하기 쉬운 환경은 프랜차이즈가 최고다. 영상 편집을 얼추 다 하니 버스 시간이 두 시간 남았다. 포르투갈 마지막날에 하고 싶은 일을 다했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숙소에 가서 짐을 챙겨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좋았다. 지난주 리스본 갈 땐 순례자 숙소에서 1시간 반을 걸어야 해서 힘들었는데 지난 경험과 비교하니 더욱 훌륭했다. 순례길 노란 화살표 맨투맨을 입었는데 지나가는 누군가가 부엔까미노로 인사하더라. 순례자 옷은 이렇게 모르는 사람도 친근하게 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안전여행을 위한 나의 유니폼이다. 앞으로도 이동할 때마다 열심히 입어줘야겠다.


버스터미널에 한 시간쯤 먼저 도착했다. 미리 와서 환경을 살피고 기다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조금이라도 늦거나 시간이 촉박한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시간은 그만큼 소중하다. 버스가 오는 장소에서 앉아서 편집한 영상을 저장하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


같은 숙소 같은 방 같은 침대 2층에서 잤던 독일인 야나다. 스무 살인 그녀는 처음으로 이번에 프랑스길을 걸었더라.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순례자라 금방 친해졌다. 포르투에서 만난 것도 신기했다. 마지막에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상태였는데 친구가 있는 뚤루즈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 나도 뚤루즈 가는데!


두 번째 만나고 같은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아무래도 운명이 아닐까. 인스타그램 친구가 됐다. 그녀는 브라운슈바이크에 사는데 하노버 근처의 도시로 독일 북부지역이다. 나도 함부르크를 갈 예정이라 다음 일정을 물어봤다. 집에 가야 되는데 아직 교통편을 못 정했단다.


합리적인 교통편 찾기가 얼마나 머리 아픈 일인지 아는가. 같이 Omio와 blablacar 앱을 번갈아가며 교통편 찾아봐줬다. 한 번에 브라운슈바이크로 가는 방법은 100유로가 훌쩍 넘었다.


파리를 경유하니 100유로 미만으로 떨어졌다. 참고로 뚤루즈에서 파리까지는 blablacar 버스가 다녀서 30유로면 갈 수 있다. 나 저렴하게 찾는 것에 제법 진심이구나. 내 재능을 찾은 것 같다. 누군가의 여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끝내준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렇게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야나와 나는 옆자리에 앉았다. 이 버스는 뚤루즈가 종점이다. 난 스페인에서 경유해서 잠깐 까미노 친구들을 만나고 뚤루즈에 갈 계획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오늘의 일기를 쓴다.


인연은 참 신기하다. 뚤루즈에 있는 동안 야나를 또 마주친다면 아주 기쁠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도 이미 인스타로 연결되어 서로의 소식을 앞으로도 알 수 있어 다행이다. 어쩌면 그녀가 사는 브라운슈바이크나 내가 사는 서울에서 언젠가 거짓말처럼 재회할지도?


이런 우연 같은 만남이 반복될 때마다 살아가는 재미를 더해간다. 여행의 마지막은 매번 아쉽지만, 덕분에 그다음을 기약한다. 또 다른 설렘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아무래도 이 맛에 여행을 계속하나 보다.


https://youtu.be/YCp9t7oDTgg

오늘 올린 포르투 여행후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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