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박할게

우리 지금 만나

by 탱탱볼에세이

친구들과 만나자는 약속은 항상 카톡의 대화로 시작된다. 언제 몇 시에 만날지 결정되면 캘박을 한다. 캘박은 캘린더에 일정으로 못 박아둔다의 준말이다. 잊지 않고 꼭 참석하기 위한 굳은 의지의 표현인 것.


캘박이라는 말이 원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화의 마무리로 캘박을 외치는 친구들이 있더라. 나도 따라서 적극적으로 캘박을 외쳤다. 모든 친구들과의 일정을 캘린더에 단단히 못 박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2주 차. 친구들과 약속이 매일 잡혀있다. 심지어 점심약속 저녁약속. 시간별로 만나는 친구가 다르다. 장기해외여행을 다녀와 오랜만에 만나야 하고. 곧 지방으로 이사 갈 예정이라 이번이 아니면 또 만나기 더 어렵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모든 만남을 다 오케이 했고 약속으로 7월이 가득 찼다. 이제는 캘린더가 비어있는 날은 뭔가 허전해 보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마지막까지 많은 친구들과의 약속들에 헤맸었다. 비행기 타기 하루 전날 밤에서야 겨우 배낭을 꾸려 떠났던 기억이 있다. 내게 모든 인연은 다 중요한데. 다들 시간 내어 나의 결정을 응원해 준다는데 다 만나야 하지 않나. 사실 그런 나의 생각 때문에 나 스스로를 약속의 굴레에 단단히 갇히게 했다.


어제 MBTI 검사를 다시 했는데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즐기길 원하는 성격 유형이라고 한다. 소름.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행동에 참여하는 최전선에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편안하다고 느낀다고.


사실 내가 스스로 잡은 너무 많은 빡빡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가끔 피로감을 느낀다. 하지만 반나절만 혼자 쉬어도 회복되어 어느새 또 친구들을 찾는다. 좋은 것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 맛있는 음식도 그 맛을 같이 나누는 친구가 있어야 더 맛있지 않나?


이런 고민 속에 직전 직장 퇴사자 동료 둘을 만났다. 다들 퇴사 후 바로 이직하지 않고 잠시 쉼을 택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달까. 다들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동료기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된다.


동료 중 한 명이 마포구로 이사 와서 동네친구가 됐다. 아침에 같이 따릉이 타자고 꼬셨다. 따릉이 일주일권이 3천 원이면 이용 가능하다니. 역시 서울이 최고다. 벌써 어제부터 오늘 2일간 가고 싶은 카페를 하나씩 골라서 목적성 있게 일정을 수행했다. 편안.


회사 출근을 안 하더라도 아침약속이 있으니 평소보다 눈이 잘 떠진다. 내가 제안했기 때문에 이 다짐이 최소 작심삼일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다. 덕분에 친구네 동네로 픽업 가는 길마저 재밌다. 이사 가기 전까지 친구랑 열심히 따릉이를 타면서 동네의 숨은 명소를 인수인계할 계획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친구도 즐겁게 즐겨줘서 뿌듯하다. 이런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난 본투비 마케터구나 싶다. 내가 느낀 기쁨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눌 때 찐행복을 느끼니까.


난 친구들이랑 직접 만나서 함께 루틴 있게 하는 맛이 좋더라. 방금 전에도 친구들과 새로운 약속을 잡고 캘박을 했다. 이사 가서도 아무래도 동네친구를 만들어서 자전거를 타야겠다. 이런 거 보면 난 참 혼자보다 친구를 증말루 좋아하네?


*최근 진행한 MBTI 검사의 질문이 성격특성이 잘 드러나게 엄청 자세하다. 그렇게 문항이 많지도 않아서 추천한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은 항상 재밌고 늘 새롭고 늘 짜릿하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바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https://www.idrlabs.com/kr/test.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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