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의 밤이 유독 아름답던 이유

소원 등을 띄우며

by 탱탱볼에세이

다낭에서 호이안은 남동쪽으로 30km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 가는 정도의 거리로 택시 타면 약 2만 원 비용에 50분 정도면 이동 가능하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다낭보다 호이안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더라. 숙소가 다낭에 있기 때문에 호이안 당일치기를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차를 타고 향한 곳은 코코넛 배 타는 마을이었다. 가격 흥정하는 게 골치 아파서 블로그에서 기준가격을 찾고 온라인 사이트에 비용을 공개해 둔 곳에 예약을 해뒀다. 간단한 메일주소, 연락처만 남겼는데 아침에 전화가 왔다. 오전에 이용이 바로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출발했다. 보통 노쇼가 많은지 와줘서 고마워했다.


코코넛 배를 타면 노를 저어 주시는 분이 따로 계시다. 베트남 전통갓을 빌려주셔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가다 보면 장기자랑존, 포토존, 노래존, 낚시존이 존재한다. 거리는 짧은데 큰 대야 같은 곳에 타서 둥둥 떠다니는 게 신기해서 나름 재밌었다. 배에서 내리면 호이안 시내나 안방비치로 차를 태워주신다. 그래서 사실 굳이 여길 찾아갔다.


안방비치가 다낭 가는 길목이라 먼저 클리어하기로 했다. 구글맵에 안방비치에 대한 극찬을 많이 해두셔서 기대를 많이 했으나 그냥 사람 적당히 있는 바닷가였다. 우린 논느억 비치를 먼저 다녀와서 그런지 감흥이 없었다. 가장 한적한 바다를 원한다면 논느억 비치로 가시라. 10분 구경을 마치고 차라리 호이안 올드타운까지 걷기로 했다. 도보 50분 거리인데 시간이 여유롭고 걷는 걸 엄마가 워낙 좋아하셔서 슬슬 걸었다.


아무래도 호이안이 다낭보다 시골이라 차도 적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한가로운 느낌이 좋았다. 거기다 주변이 다 논밭이라 농촌마을에 놀러 온 기분이랄까. 덕분에 슬렁슬렁 다니면서 소가 눈앞에서 흙물에 샤워하는 것, 밥 먹는 것, 똥 누는 것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뭐 하나에 쫓기는 것 없이 가만히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렇게 호이안까지 걸으니, 우리 둘 다 배고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호이안의 대표 반미맛집 반미프엉을 갔다.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다낭도깨비 제휴맛집이라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다낭 한 달 살기 하는 동안 너무 늦게 알아서 사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봤다. 제휴된 곳이 많아서 내가 자주 가던 맛집(숙성금 삼겹살집)과 카페(콩카페)도 할인받을 수 있더라. 대단한 네트워크였다.


반미는 구글 맵 리뷰에서 맛있다는 3번, 12번을 주문했다. 기대가 커서 그런지 맛은 그냥 그랬다. 다낭 한시장 근처에 반미 코티엔 에그 반미가 더 맛있더라. 사실 베트남음식이 생각보다 내게 맞는 음식이 없어서 사람마다 느끼는 맛의 만족도는 다를 것 같다. 다만 여기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노 고수”라고 말해도 찰떡 같이 이해하시고 고수를 빼주셔서 좋았다.


두둑이 배가 불렀으니 호이안 올드타운을 걸어보자. 노랑노랑한 벽들이 가득했다. 동서양의 조화가 아름다워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 베트남 가옥이지만 일본,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문화를 담고 있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해상무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다채롭고 화려해서 사진을 백만 장 찍었다.


더울 땐 역시 카페가 가장 좋은 피서지다. 호이안 콩카페를 방문했다. 하도 코코넛 커피를 사람들이 주문해서 그런지 한 20잔 이상을 먼저 만들어놨더라. 그날따라 에어컨이 고장 나서 선풍기가 돌아갔다. 다낭이 그리워졌다. 콩카페 굿즈는 많이 팔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기도 다낭 도깨비 카페 회원이면 할인혜택이 있으니 챙기시길.


해 질 녘이 다가오자 시장이 열렸다. 우리는 씨클로라는 1인용 인력거를 타기로 했다. 씨클로 기사 아저씨가 먼저 가격 제안을 하셨다. 인당 20만 동에 타라고 친구 기사가 곧 오면 2명 탈 수 있다고 했다. 미리 블로그에서 평균가격이 인당 15만 동이라고 알고 있었다. 항상 여행 다닐 땐 기준가격을 미리 찾아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15만 동에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아저씨가 15만 동에 태워주긴 했지만 석연찮아하셨다. 지나가는 다른 씨클로 그룹은 30만 동에 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럼 정찰제로 씨클로도 운영을 하시면 되는 게 아닌가? 15만 동어치를 태워주시고 금방 내려주셨다. 그냥 씨클로 대여 서비스가 생겼으면 했다.


호이안의 메인은 밤이다. 밤이 되면 투본강에 소원배를 타야 한다. 우리는 해가 지길 기다리며 소원 등을 구매했다. 소원 등을 리어카에 가득 실고 지나가는 할머니랑 눈이 마주쳤다. 프로장사꾼답게 할머니는 바로 말을 거셨다. 종이배 5개에 5만 동이라고 하셨다. 소원 등은 색종이를 배 모양으로 접어 작은 초가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블로그에서 1개당 1만 동이 기본가격을 알고 있어서 2개만 2만 동에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5개를 팔고 싶어 하셨다. 바람 불면 넘어간다고 예비용으로 많이 사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린 그냥 우리 가족 인원수에 맞춰서 5개를 샀다. 계획보다 더 많이 소원 등을 구매한 대신에 우린 풍등 날릴 때처럼 소원을 적었다. 엄마의 아이디어였다. 기분 나빠질 수 있는 호객행위에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할머니의 푸시에 의해 더 진한 추억이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오후 5시 50분이 가까워지자 해가 사라졌다. 깜깜해지기 전에 소원배를 탔다. 소원배는 15만 동 정찰제라 좋았다. 타자마자 소원 등에 불을 붙였다. 소원 등 수가 많은데, 바람에 불이 꺼질까 봐 바로바로 공장 돌리듯 소원 등을 띄웠다.


50척 넘는 소원배들이 제 나름의 색으로 빛났다. 소원배가 없어서 못 탈 일은 없다는 얘기다. 다채로운 빛이 까만 밤과 어우러져서 아름다웠다. 아마 빛이 한 색깔이었으면 이 정도로 멋지진 않았겠지. 이걸 보려고 호이안의 밤을 기다렸는데, 기다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호이안의 버킷리스트를 다했다면 마사지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90분 이상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샵에서 다낭까지 드롭해 주기 때문이다. 집에 갈 걱정 없이 노곤하게 온몸을 풀어주어 감동스러웠다.


호이안의 밤은 유독 아름다웠다. 호이안의 밤이 더 아름다웠던 것은 당일치기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 다낭의 마지막밤에 호이안여행을 떠올려본다. 내일이면 오늘을 그리워하겠지. 지금 아니면 못 보는 풍경일수록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늘을 아름답게 살자. 그럼 소원을 이룬 날도 오고야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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