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부지런하면 생기는 일

역시 일찍 일어난 새가..

by 탱탱볼에세이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푸시산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탁발을 위해 장사중인 상인과 기다리는 관광객, 길을 나서는 스님이었다. 나만 일찍 일어난 줄 알았더니, 이 세상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


푸시산 전망대는 시내인 앞쪽과 절로 올라오는 뒤쪽 2가지 방법으로 올라갈 수 있다. 어제 이미 뒤쪽으로 올라가 앞쪽으로 내려와 봤기 때문에, 이번엔 반대로 앞쪽으로 올라갔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똑같은 걸 2번 하는 걸 즐겨하지 않는 듯하다. 같은 길이면 순서라도 바꿔보고 싶은 것이다. 계단을 50개쯤 올랐을까? 문이 닫혀있어서 당황했다.

닫힌 문엔 새벽 6시부터 연다고 쓰여있었다. 때는 새벽 5시 40분이라, 빠르게 결정해야 했다. 문이 자물쇠도 없이 허술하게 닫혀있어서 잘하면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겐 총 3가지 선택이 있었다. 6시까지 깜깜한데 문 앞에서 기다릴지, 문을 열어볼지, 내려가서 뒤쪽으로 다시 올라갈지. 부지런한 김에 입장료는 내고 싶지 않았고, 괜히 남의 물건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어제 가본 길을 다시 택했다.


구글 맵에서는 아침 일찍 가면 전망대 입장료 판매대에 사람이 없어서 무료로 지나갈 수 있다고 했다. 무료인 것에 솔깃해서 잠들기 전 맞춰놓은 알람시각보다도 빠르게 눈이 떠졌을지 모른다. 공짜 좋아하면 큰일 난다는데.


앞쪽 길에서 문이 닫혀 당황한 것도 잠시 뿐. 뒷쪽길은 이미 한번 가본 길이었기 때문에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다행히 뒤쪽 코스는 무료로 패스가 가능했고, 별도로 닫힌 문도 없어서 원활하게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상엔 아무도 없었다. 어제 일몰 때는 인산인해였는데 일출에는 정반대여서, 같은 곳인데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계획대로 매표소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서 입장료를 안 냈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다. 구름이 많이 껴있어서 완전한 일출을 보기까지, 1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래도 원하는 대로 해 뜨는 것을 직접 봐서 여한이 없었다.

하산해서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조식을 먹으면서, 숙소 사장님께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방비엥으로 돌아갈 기차표는 어떻게 끊는 게 좋을지, 꽝시폭포는 얼마에 갈 수 있을지, 자전거는 얼마에 빌릴 수 있을지. 기차표는 자기도 건너 건너 부탁해야 해서 시간이 되면 직접 오피스에서 구매를 시도해 보라고 알려주셨다. 꽝시폭포는 6만 낍에 갈 수 있다고 도와주셨다. 자전거는 3만 낍에 숙소 근처에서 빌릴 수 있다고 일러주셨다.


사장님께 고민을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했다. 물론 기차표를 직접 구하러 가야 하고, 자전거도 직접 빌리러 가야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 어제 꽝시폭포 길거리에서 물어봤을 때는 10만 낍이었는데, 사장님을 통하니 6만 낍이라니! 4만 낍을 아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4만 낍이면, 3천2백 원 정도다.


중국인 손님이 일주일을 묵었는데, 기차표 못 구해서 끙끙대다가 떠나기 하루 전에 말해줘서 사장님이 매우 당황하셨다고 한다. 미리미리 말해줘야 자기도 도와준다고 하셨다. 사장님도 중국인인데, 중국인인 손님도 자기 고민을 선뜻 꺼내기 어려우셨나 보다. 관광객이고 처음 온 곳이라 모르면 더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숙소 사장님께 물어보는 게 참 당연한 일인데, 도와달라고 하는 게 민폐일까 조심스러운 것이다.

저번 방비엥에서 기차표 구매 경험을 떠올려, 이번에는 오픈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했다. 아무리 줄을 선다고 해도, 1시간 먼저 오는 사람은 없는지 내가 또 1등이었다. 현금을 안 받는 문제가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잘 해결했다. 방비엥 돌아가는 기차표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게 해결되니 한숨 돌렸다.

아침부터 일이 잘 풀린 덕에, 쾅시폭포도 다녀왔다. 콸콸 쏟아지는 폭포소리와 투명한 물색깔이 힐링이었다. 찬 물에 발 담구고 있으면, 폭포물이 흘러 내 발을 마사지해주었다. 물 자체도 시원했지만, 끙끙 앓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와서 그런지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라오스는 내가 얼마나 사소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인 지 일깨워준다. 그냥 구매대행료 좀더 내고, 여기저기 가격 발품 안 팔고 편하게 즐기기만 해도 여행이 몸도 편하고 즐거울텐데. 전세계 최소경비 여행대회에 참가한 것도 아닌데 한 푼, 두 푼에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걸 즐기는가 싶다. 내 노동력도 귀한 자원인데 말이다. 몸으로 고생을 해야 뭔가 더 뼈져리게 소중함을 알고 오래 남아서 그런 걸까. 몸이 고생한 과정이 절절한 글로 남았다. 어쩌면 이것은 마냥 즐거운 여행기이기 보다는 말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손해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몸으로 뛴 노동기에 가까울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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