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혼자 끙끙댔던 지난 30시간

by 탱탱볼에세이

기차표 살 때 내 뒤에 서있던 중국인에게 도움을 받았다. 현금을 받지 않는 구매방식 때문에 위챗페이로 대리 결제를 요청한 것이다. 결제된 금액만큼 라오스 낍 현금으로 주었고, 서로 즐거운 하루 보내라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1만 낍을 꺼내준다는 게, 10만 낍을 꺼내준 것이다. 아뿔싸! 9만 낍을 더 주다니. 9만 낍은 한국돈으로 7,200원이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직접 고생한 것이 수포로 돌아간 기분이라 허탈했다.


기차표를 끊기 위해 직접 오픈 시간 1시간 전에 가서 미리 줄 서있던 일, 처음 보는 중국인에게 구글 번역기 열심히 돌려가며 부탁한 에너지, 빠르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미리 우선순위를 정해 메모해 간 정성까지.


한 번의 실수로 그간의 노력이 다 말짱 도루묵이 되다니. 그 일로 인해 여행에 돈을 쓰는 일이 생길 때마다 나에게 그림자처럼 계속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하룻밤 자고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소용없었다. 조그만 실수 때문에 여행을 계속 망칠 수는 없는 법. 환전을 더 해서,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기로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환전소에 도착하기 5분 전, 가는 길목에서 어제 그 중국친구를 다시 만난 것이다. 친구는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대뜸 구글 번역기를 켜서 어제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친구는 돈을 넣은 복대를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아예 어제의 사건을 모르는 눈치였다. 나의 속사포 같은 이야기를 쭉 듣더니, 자기가 얼마 돌려줘야 하냐며 물었다. 그는 나에게 9만 낍을 원래대로 돌려줬다.


난감한 일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덕분에 아름다운 결말을 맞았다. 덕분에 우리는 1시간 반동안 맥주 한 잔 건배하며 진짜 친구가 되었다. 그는 중국에서 태국식당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제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중국과 한국 방문하면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런 일이 아니었으면, 그냥 이름도 모르는 남남이었을 텐데 참 인연이 신기하다. 정말 사소한 돈이고 온전한 내 실수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었는데. 루앙프라방에서의 실수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이렇게 글로 꺼내 보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직 세상은 참 살만 하구나 싶다. 소심하고 폐쇄적이었던 나의 세상이 조금은 확장되었음을 느낀다. 내가 완전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얻었듯이, 나도 누군갈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성심성의껏 돕겠노라 다짐하는 밤이다.


p.s. 나의 실수를 해결해 준 중국친구가 너무 고마워서 맥주는 내가 사겠다고 했더니, 아니란다. 자기가 사겠단다. 결국 그는 맥주까지 사주었다. 중국인 친구가 최고다.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면 꼭 그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찌개 만큼은 내가 사주리라.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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