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하고 어두운 곳에 혼자는 무서운데..
혼자 여행의 단점은 겁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탐짱동굴은 방비엥 읍내에서 쉽게 걸어갈 수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충실히 따라 밥부터 먹는다. 사장님이 고봉밥을 주셨다. 시작이 좋다.
근처 슈퍼에서 1.5리터 물도 한 병 산다. 480원에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물 먹는 하마인 나는 조금 무겁더라도 무조건 가장 큰 물병을 고른다. 당 떨어지면 안되니까 초콜렛 쿠키도 한 봉지 산다. 과자는 720원이다. 충동구매가 원래 사려던 물보다 비싸다. 호호. 한강에서 라면, 기차 안에서 찐계란에 사이다, 소풍에서 김밥, 샌드위치 먹는 감성을 아시는 분?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그 순간이 더 찐하게 기억나더라. 그게 내가 오바해서 먹을 거리를 챙기는 이유다.
준비물도 다 챙겼겠다. 구글맵에 탐짱동굴을 목적지로 찍는다. 읍내에서 슬렁슬렁 15분 쯤 걸었을까? 매표소가 나온다.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 왕복통행료를 사야한다. 400원이지만, 다리 하나 건너려고 돈을 낸 적은 처음이라 낯설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다. 차, 자전거, 오토바이는 건널 수 없어 주차해야한다.
무너질 것 같이 부실해보이는데 건너보니 나름 튼튼하다. 다 걷고도 안 무너진 걸 보면? 건너자마자 노점상들이 보인다. 바나나가 구워지는 향이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미 가방이 무겁다. 여기 온 목적을 잊으면 안된다. 동굴로 빠른 발걸음을 옮겨본다. 10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가 나온다. 외국인은 1,200원을 받는다.
입구를 통과하면 140여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올라야만 탐짱동굴을 갈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니, 얼른 올라본다. 계단을 다 오르니까, 나는 땀이 주룩주룩 비처럼 내린다. 1.5리터나 물이 있어서 다행이다. 꿀꺽꿀꺽 물을 마시며 보는 경치가 멋지다.
드디어 탐짱동굴 탐험 시작. 혼자 들어가본다. 불빛이 여기저기 잘 설치되어 있다. 길이 양쪽으로 나누어져있다. 고요하며 스산하다. 누군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종유석과 석순이 사방팔방 펼쳐져있다. 너무 흔하게 많아서 귀한 걸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과학책에서 보던 걸 다 본다. 이걸 어렸을 때 봤다면 과학 시험을 조금 잘 봤을까. 엄청 거대해서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자연이 빚어냈는지 감히 예상도 할 수도 없다. 조금 찾아보니 외부침입이 있을 때 마을 주민의 대피처로 쓰였다고 한다.
동굴의 끝에는 경치가 있었다. 내가 아까 건너온 나무다리가 멀리 보인다. 여기 와봐야만 알 수 있는 풍경. 동굴에서 보니 같은 풍경도 괜히 신비롭게 느껴진다. 조용하던 동굴에서 갑자기 북적북적 사람소리가 들린다. 반갑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어둡고 무서울 땐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가도 막상 사람들이 들이닥치면 또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들을 피해 반대편 경로로 얼른 향해본다.
혼자 동굴 속을 걷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오면 뭔가 무섭다. 어느 무리든 끼어서 같이 올 걸. 후회해도 아무도 없다. 반대편 동굴 길의 끝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헤드랜턴을 꺼낸다. 이러려고 한국에서 챙겨왔지. 준비성이 빛을 발한다. Dangerinterdit. 뒤따라 독일커플이 도착했다. Danger은 알겠는데 그 뒤는 뭔말이람. 독일인 여자애가 나랑 똑같은 생각을 말로 한다. 이럴 땐 독일어를 이해할 수 있어서 재밌다. 하지 말라는 건 절대 안하는 게 상책. 발길을 돌린다.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나오면 된다.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간다. 사실 탐짱 동굴을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 탐짱 동굴의 입구 왼쪽 편에 있는 샘이다. 물이 엄청 파랗다. 어서 발을 담궈본다.
먼저 발을 담군 여자애가 물어본다. “옌?” 태국인이었구나. “옌!”으로 답한다. 차갑다는 뜻이다. 치앙마이에서 커피 주문할 때 무조건 아이스라 옌을 외쳐보니 이렇게 또 태국인과 짧은 소통이 된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잠깐 담궜을 뿐인데, 피로가 풀린다.
동굴 주변에서 농사짓던 거주민이 있었다. 고된 일을 마티고 동굴의 시원함을 찾아 자주 들렀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동굴 물에 발을 담그면 수온이 낮아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로 이 동굴을 탐짱으로 불렀다.
실제로 물에 발을 담그니 그 기분이 제법 상쾌해서 쉽게 다시 나오기가 힘들더라. 뚜벅이 여행에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건 나의 건강한 두 발 덕분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내 두 발에게 대야에 따뜻한 물 받아서 수고했다고 토닥거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