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것

원 플러스 원 전망대

by 탱탱볼에세이

방비엥의 진짜 풍경을 보기 위해선 등산을 해아 한다. 오늘은 파응언 전망대에 올랐다. 은색 절벽이란 뜻인데, 석회질의 바위산 절벽이 은색빛이 돌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1만 낍(800원)의 입장료는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시내에서 전망대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나를 추월하는 버기카와 오토바이에 기가 죽었다. 금세 희망이 생긴 건 갑자기 나를 추월하는 도보 여행자들. 그들도 나를 추월하였지만, 같은 길을 동일한 방식으로 간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그들은 걸음도 빠르고 다리도 길어서 모터 단 듯이 날아갔다.


남싸이 전망대를 한번 올라봤기 때문에 힘들지만 익숙하게 등산했다. 40분쯤 올랐을까. 첫 번째 전망대가 나왔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어떻게 매일 이 길을 올라와서 장사를 하실까 대단했다. 남싸이 전망대는 오토바이 2대가 시그니처로 정상에 있는데, 여기는 버기카가 있더라. 전망대까지 힘들게 올려놓은 수고를 모른 척할 수 없다.


버기카에 앉아본다. stop과 go 발판이 있다. 이미 힘든데 여기서 스탑하고 내려갈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볼까. 결국 go를 택한다.

방비엥의 산은 올라갈 땐 다 오르막이고, 내려갈 땐 다 내리막이라 위험하다. 붙잡을 나무가 없을 때, 올라야만 하는 바위길을 만났을 때 사족보행을 해본다. 첫 번째 코스보다 두 번째 코스가 더 험난했다. 처음 오를 때 남싸이 전망대보다 쉽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코스 올라가면서 그 말 바로 취소.


대체 언제쯤 다 오를 수 있을까. 정상 끝이 안 보이는 순간. 아까 길에서 만난 도보동지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미 정상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어, 10-15분?”

“괜찮아! 넌 이미 여기까지 충분히 잘 올라왔으니까.”


정상 선배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었다. 2번째 코스도 40분이 걸렸다. 정상에 오르니, 아까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본 2팀이 보였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올라와서 다행이다. 오두막에 앉아본다. 병풍처럼 켜켜이 산을 겹쳐진 풍경이 끝내준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 보내니, 겨울왕국이 그려진 옷을 입은꼬마가 가족들이랑 정상에 올라왔다. 초등학생 때, 우리 가족이 집 앞 관악산을 매일 아침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나의 루틴처럼 꼬박꼬박 올랐는데, 정상 근처에서 먹던 약간의 간식이 맛있었다. 엄마는 특정 바위마다 가족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이건 탱탱볼 바위. 처음엔 엄마아빠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던 산인데, 어느 순간 내 이름의 바위를 오르기 위해서 오르게 됐다.


이번엔 왜 올랐을까. 이 전망대가 있는 걸 아는 순간, 올라야 할 이유가 됐다. 한 달 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올라보겠냐며. 누군가 한 달이나 살았는데, 여기 안 가봤냐는 비난을 받을까 봐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쪼리에 발목에 붕대 칭칭 감고 올라온 남자애가 자기 사진 찍어 달란다. 내려갈 때 또 만났는데, 의지가 대단했다. 난 운동화 신고도 투덜투덜 대면서 겨우 내려왔는데. 물 산다고 첫 번째 전망대를 또 가더라. 누군가는 오르고 싶어도 못 오르는 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 가본 산이라 모든 것이 다 새로워서 재밌었다. 정상에 뭐가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래서 묵묵히 올랐던 것이다.


내려갈 땐 이런 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에 박힌 대못,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사람들 손길에 반질반질 고꾸라지고 닳아버린 나무. 인간이 산에 오르기 위해 훼손한 자연. 입장료 1만 낍으로 쌤쌤이 될 수 있을까.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자연에게 미안했다. 혼자 시끄럽게 까악까악 울어대는 곤충에게 불평하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찰칵찰칵 울어대는 인간에겐 왜 불평하지 않는지. 다음에 산을 오른다면, 정상에서 단지 인증샷 찍기 위함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면서 오르고 싶다. 그다음에 오를 누군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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