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불모지에 롯데리아의 등장

맛있는 즐거움이 동남아에 퍼지다

by 탱탱볼에세이

방비엥에 롯데리아가 2023년 2월 17일 자로 오픈했다. 프랜차이즈가 카페 아마존 말고는 없는 이곳에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가 문을 열다니! 햄버거는 엄연히 외국음식이지만 롯데리아는 우리나라 브랜드라 친숙하다. 한국인 관광객과 사장님이 많은 이곳에서 롯데리아는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라오스에서 롯데리아는 천천히 성장 중이다. 이미 비엔티안에 4곳이 운영 중이고, 지난해에는 루앙프라방에도 오픈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 초 방비엥까지 문을 연 것이다. 벌써 라오스에 6개의 롯데리아 점포를 확보한 셈!

방비엥 롯데리아 오픈 1주일째. 외국에서 한식집을 가는 듯한 마음으로 한번 방문해 봤다! 한국과 똑같은 롯데리아 로고 간판에 뒤편에 산이 펼쳐지니 그냥 한국 시골 동네 어딘가에 온 듯하다. 주변에 90년대에 지어진 듯한 후미진 건물들 사이에서 유일한 새삥 느낌이라 “나 여기 있어요” 멀리서도 튀는 건 확실하다.

방비엥 롯데리아 2월 오픈 기념으로 세트메뉴 행사 중이었다. 혼자 여행객은 주문할 수 없는 대량 메뉴이지만. 불고기 버거 하나, 치킨 한 팩, 감자튀김, 콜라 2잔의 혜자 구성. 버거 러버들에게는 인기가 있으려나?


이거 보고 오히려 세트 가격이 13만 5천 낍(1만 800원)이나 하다니! 라오스 치고 밖에서 보이는 첫인상인 프로모션 메뉴가 비싸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래서 나머지 메뉴들도 비싸겠지? 싶어서 마음의 장벽이 생겼다.


실제로 오픈하고 이 길을 여러 번 지나갔지만, 이렇게 비싸다면 다른 더 괜찮은 선택지가 많은데 굳이 가봐야 하나? 싶었다. 프로모션 메뉴가 오히려 방문을 심사숙고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롯데리아 안에서 먹고 있다 보면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결국 들어오지 않는 외국인을 볼 수 있다. 과거의 내 모습 같아 반가웠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싶은 마음에. 버거 실험실에 입장했다. 방비엥 시골 동네에 최신식 깔끔한 매장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엄청 자리가 많아서 자리가 없어서 못 먹고 돌아서는 불상사는 없을 것 같아 희망적이었다.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메뉴들이 한국과 비슷한 편이었다. 라오스 물가치고 저렴하진 않지만 쾌적한 환경에서 내가 아는 맛을 먹을 수 있다는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이미 밥을 먹고 갔기 때문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콘과 양념감자를 주문했다. 버거집에 갔는데 버거를 먹지 않는다? 실제로 베트남 롯데리아에서는 주문의 90%가 치킨류라고 한다. 롯데리아가 이제 동남아에서 KFC(Korean Fried Chicken)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


주문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은 7천 낍(560원), 양념감자는 2만 낍(1,600원)이었다. 단짠단짠의 조합은 실패가 없다. 한국과 동일하게 긴 치즈스틱도 있고, 팥빙수도 있어서 한국에 온 줄 알았다. 햄버거 세트메뉴도 한국 가격이랑 비슷했다. 불고기 버거 세트 5만 9천 낍(4,720원). 롯데리아는 콜라 리필 1회 가능한 지 그동안 몰랐다. 방비엥 롯데리아에서 롯데리아 장점 하나 발견.

“맛있는 즐거움” 한국에서 보던 양념감자 봉지를 라오스 방비엥서 보니 사뭇 반갑다. 맛도 한국이랑 차이가 없다. 왜냐면 양념감자에 뿌리는 치즈시즈닝이 한국에서 왔더라. 동남아는 Sokxay Group이 운영중이라고 하던데, 한국에서 먹는 맛 그대로다.


매장도 빨간색 파란색 학교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책걸상이 세팅돼있다. 베트남에서 최신식으로 트렌디한 인테리어 덕분에 롯데리아가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미 베트남에는 270개의 롯데리아가 있다는 사실. 라오스 롯데리아가 6개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베트남은 라오스보다 4배나 더 있다고 하니 대단한 인기다.


실제로 미얀마,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라오스, 몽골 다양한 진출계획이 있다고 한다. K-프랜차이즈의 위상을 드넓힐 롯데리아의 행보가 기대된다. 하지만 방비엥 롯데리아를 와보니 깨끗하고 새로워서 좋긴 한데, 두 번은 갈까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대대한 세트구성보다 소소한 단품메뉴를 바깥 가판대에 적극 홍보하면 문간에 발 들여놓기 더 쉽지 않을까? 소프트아이스크림이 한국보다 고소하니 맛있었다. 이걸 7천 낍이 아니라 5천 낍(400원)으로 하면 어떨까.


천 원의 행복이 한국에서 잘 먹혔듯이, 방비엥 관광객을 사로잡을 미끼메뉴가 필요하다. 편의점처럼 자주 찾는 매장이 먼저 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들렸던 내가 양념감자까지 주문하는 것처럼. 작은 메뉴를 위해 방문했다가 큰 메뉴까지 같이 구매해 버리게 될 것이다. 심지어 소프트콘 하나로는 감자튀김을 다 먹기 부족해서 하나를 더 시키기도 했다.


작은 메뉴들을 2개씩 컨셉으로 묶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겠다. 내가 오늘 먹은 감자튀김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묶어 2천 낍 저렴한 단짠세트로 2만 5천 낍에 파는 거다. 2천 원의 행복세트 완성.


롯데리아라는 한국브랜드가 낯선 라오스 땅에서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라오스 물가에 비해 롯데리아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 거기다 방비엥은 이미 한국인 마음공략에 성공한 이모들이 있어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맛은 기본이고 오히려 ”뭣이 중헌디“ 위트까지 있는 방비엥 샌드위치 골목의 이모들의 햄버거는 못 이긴다. 롯데리아만의 장점은 분명하다. 방비엥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과 양념감자를 파는 곳은 롯데리아뿐이다. 나갈 때 잘 가라고 끝인사를 해주는 직원에서 희망을 보았다. 덕분에 첫인상보다 끝인상이 좋았다. 이미 많은 장점을 가진 롯데리아가 방비엥에서 잘 자리 잡으면 좋겠다. 맛있는 즐거움이 동남아에 퍼지도록. 한국인 관광객으로서 외국에서도 집에 온 것처럼 반갑도록.


p.s. 라이스버거는 없었습니다. 다들 물어보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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