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오행산 마블마운틴 산행후기
등산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마미. 다행히 다낭에도 산이 있다. 오행산을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후기에 엘리베이터를 안 타면 구경하는 데 3-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느끼기에도 길이 험하니 꼭 운동화를 신으라고 하더라. 물부터 과일과 간식까지 장시간 등산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엄마는 오랜만에 본격등산에 신이 나신 듯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다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산도 엄청 낮아 보였다. 명성에 비해 시시해 보이니 엄마도 나도 잘못 온 건가 싶었다. 다시 한번 열심히 찾아보고 매표소 직원에게도 확인했다. 정상에 올라가는데 10분밖에 안 걸린단다. 아니 이게 뭐람.
볼거리가 10개 이상으로 많아서 3시간이나 걸렸나 보다. 리뷰를 곱씹어 보며 구경을 시작했다. 조금 올라갔을 뿐인데, 주변 풍경이 한눈에 잘 보였다. 높은 건물이 없는 다낭의 장점이었다. 건너편 산들도 잘 보였다.
오행산은 손오공이 갇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대리석 바위로 이루어져 마블 마운틴으로도 불린다. 조금 오르면 절이 있고 조금 더 오르면 전망대가 있고 조금 더더 오르면 동굴이 있고 끝까지 오르면 높은 전망대가 있는 구조였다. 체력이 있는 만큼 구석구석 꼼꼼히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동굴은 천장이 뚫려서 빛이 들어오는 형태가 많았다. 한 동굴에 들어가려다가 단체 그룹을 피해서 전망대에 먼저 올랐다.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 안 가본 길을 택했다. 내려가려면 작은 동굴 구멍을 통과해야만 했다.
구멍은 작아서 1명씩만 통과할 수 있는 사이즈였다.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모두 기다리고 잠시 올라올 사람이 없는 타이밍을 노려야 했다. 단체 그룹을 여럿이 끊임없이 올라오더라. 구멍을 통과하여 올라오는 사람이 20명은 족히 되었다.
많은 사람이 밀집된 상황을 만나면, 나는 금방 피곤해진다. 내가 이 길로 오자고 했지만, 그냥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고 싶었다. 구멍을 통과한 그룹 가이드 한 명이 우리에게 반대편의 편하고 안전한 길로 다닐 것을 추천했다.
엄마는 그 동굴구멍도 신기하고 그 구멍 너머의 세상도 궁금해했다. 나도 궁금했지만 구멍이 꽤 깜깜하고 계속 사람이 올라오는 기미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내려갈 기회를 계속 엿보다가 먼저 구멍으로 내려갔다. 내려간 구멍은 신기하게 아까 마주친 동굴과 이어졌다.
이 짧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30분이나 걸린 게 허탈했다. 통과하고 그 구멍 너머의 세상을 직접 보니 별 게 아니더라. 그 구멍을 안 통과했으면 절대 몰랐을 경험이다.
동굴에서는 대부분 구멍을 오르지 않고 돌아섰다. 그 구멍이 빛만 조금 들어오고 올라가는 길이 미끄럽고 다소 경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르려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일부에겐 이미 구멍을 통과해 봤기에 어려운 길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경험해 본 입장에서 별 거 아니다고 말해 줄 수 있어서. 시작하는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서. 하지만 그들은 상황상 올라가지 않았다.
엄마는 사실 새롭게 도전하고 그런 걸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근데 산행에 있어서 만큼은 나보다 더 도전적이다. 어둡고 경사진 동굴을 성큼성큼 먼저 오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웠다. 든든하기도 했다. 어쨌든 엄마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나라면 안 갔을 길들을 더 가보게 되었달까.
오행산 탐험이 끝나고 엄마는 천국과 지옥이 있는 동굴이 있다고 했다. 머릿속으론 가고 싶지 않았다. 입장료를 따로 받았고, 몸이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언제 또다시 와서 가겠나 싶더라. 이곳에서 못한 것에 대한 한이 남지 않기 위해 입장료를 사서 들어갔다.
쉬워 보이지만 어둑어둑하고 암울한 지옥을 먼저 내려갔다. 15분 정도로 짧은 코스다. 무서운 형벌을 받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아 으스스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떠오르게 했다.
천국도 올라가 봤다. 지옥보다 상대적으로 오르기가 어려웠다. 천국은 밝지만 계단이 많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경사가 있기 때문이다. 올라가 보니 오행산 풍경이 잘 보이더라. 특별한 것은 없었다.
동굴을 빠져나오려면 다시 천국에서 내려와야 된다. 내려올 때는 더 조심스럽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다 보이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가 있으신 관광객 분들이 많기 때문에 천국은 특히 올라가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천국이 궁금하긴 하지만 다칠까 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일행이 천국으로 올라가자, 천국에 다녀와서 어땠는지 꼭 후기를 전해달라고 하더라. 천국 계단 앞까지 와서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어떤 가이드는 손님에게 ”천국 다녀오셨어요? “라고 물어봤다. 맞는 말인데 뭔가 의미심장했다.
천국과 지옥을 하루 만에 오가 보았다.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어디든 의지만 있다면 내려갈 수도 올라가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조금은 망설이지 않을 용기가 생겼다. 직접 경험해 보아야 내게 어땠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좀 더 해봐야겠다. 동굴구멍도 통과해서 전망대도 올라가 보고. 지옥도 내려가보고, 천국도 올라가 보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몫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