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대관람차, 롯데마트, 용다리 물불쇼
엄마는 한 번도 관람차를 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나도 여러 번 타본 걸 왜 엄마는 그동안 못 타봤을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관람차가 다낭에 있다. 해 질 녘 시간에 맞춰 관람차를 타러 갔다.
관람차에 타니 다낭의 야경이 한눈에 보였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어서 멀리까지 한눈에 잘 보이는 경치가 매력적이더라. 멀리서 [아이 러브 다낭]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무섭다는 얘기가 꽤 있었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다. 엄마도 나랑 같이 타서 무섭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도전하는 걸 즐겨하지 않는데,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는 요즘의 엄마. 관람차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도전을 함께해서 충분히 의미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또 하나의 알을 깼다.
관람차 근처에는 롯데마트도 있다. 매일 집에서 배송주문만 하다 보니, 실제로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5층 규모로 꽤 컸고 롯데시네마도 있더라. 한국처럼 시식코너가 꽤 있고 경상남도 과일도 팔아서 신기했다.
계산할 때, 그간 몇 번의 주문으로 쌓인 롯데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현재 스피드 엘(베트남 롯데마트 앱이름)에서는 포인트 적립만 가능하고 포인트 사용은 불가하다.) 온라인 가격과 매장 가격은 동일했다. 직접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만져보고 사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내가 정한 시간에 배달해 줘서 편하다. 무거운 짐을 굳이 장 봐서 들고 집까지 들고 와야 하는 수고스러움조차 없다.
금, 토, 일 밤 9시가 되면, 용다리에서 불을 뿜는다. 롯데마트에서 용다리까지는 걸어서 50분 거리다. 시간이 여유로워서 걷기로 했다. 엄마는 오늘도 1만 보는 채울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주말이라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교춤을 두 명씩 짝지어 추고 계신 게 인상적이었다. 그냥 보고 있는 걸로도 신이 막 나더라. 건전하게 오픈된 공원 같은 곳에서 스피커에 노래 틀어놓고 단체로 즐기시는 게 보기 좋아 보였다. 한편에는 간이의자와 목욕의자테이블을 펼쳐놓고 간단히 음식 먹으며 야경 구경, 사람구경 하는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치맥 하는 풍경이 떠올랐다.
용머리에 도착했을 때쯤, 8시 55분이었다. 용은 다리와 다리 사이 가운데에 있다. 양쪽에 사람들이 많았다. 오토바이도 줄지어 서있었다. 족히 천명 이상은 돼 보였다.
9시가 되자 불을 뿜뿜 내뿜었다. 불의 열기가 나에게까지 뜨겁게 느껴졌다. 화르륵 화르륵 화르르륵. 불은 삼세번 힘겹게 뿜었다. 한 번에 불을 뿜는 시간은 다 합쳐서 1분 정도 되었을까? 모인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 퍼포먼스는 시시했다. 불을 뿜는 시간보다 불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아쉬워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이번엔 물을 시원하게 뿜더라. 불 만 뿜는 것만 알고 가서 그런지 신선했다. 불도 뿜고 물도 뿜는 용이라니. 오히려 물을 뿜을 때가 더 힘 있게 내뿜었다. 그나마 물을 뿜어서 불 뿜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씻겨내렸다.
큰 불기둥, 큰 물줄기 쏘기가 쉽지 않아서 그랬을까. 정말 짧고 굵었던 15분이었다. 끝나자마자 물 밀듯이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언제 그렇게 모였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 많던 사람들이 흩어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용다리는 한산해졌다.
특별한 쇼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이거 잠깐 보려고 다들 한날한시 한 곳에 모여든 것이. 끝나자마자 바로 흩어진 것이. 잠시 나도 모르는 소나기가 왔다가 그친 것 같았다.
엄마는 베트남 로컬들이 많이 와있던 것에 신기해했다. 매주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인데도 기꺼이 직접 보러 오니 말이다. 1,859억을 투입해 2013년에 용다리를 지었다고 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다낭사람들에게도 용다리는 충분한 구경거리가 아니었을까.
베트남 사람들은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듯했다. 행복해지는데 대단한 것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저 낚시의자 하나만 있으면 된다. 어디든 낚시 의자를 펴고 여유를 누리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즐겁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재밌게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타이밍 맞는 때엔 용이 불도 물도 내뿜는 걸 잠시 보러 오는 것. 단조로운 일상을 단단하게 보내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