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언제였더라?
부모님과 놀이동산에 가본 적이 있는가? 난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다낭에서 유명한 놀이동산 바나힐에 다녀왔다. 바나힐은 1901년에 프랑스 식민시절 프랑스인들의 별장이었다. 베트남이 너무 더워서 더위를 피해 산기슭까지 터를 잡았다고 한다. 천상의 휴양지로 불린다고.
바나힐에 가려면 무조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해발 1,487m 높이에 안남산맥 꼭대기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바나힐의 케이블카의 길이는 5,800m로 한 때는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였다. 지금은 두 번째. 높이와 길이가 굉장해서 두둥실 몸이 떠오르는 기분이 제법 무섭다. 사방에 산과 폭포가 가득해서 자연에 접속한 기분이 들었다.
정상에 도착한 바나힐은 신기루 같았다. 이 높은 곳에 이런 마을이 있다고? 분명 위치는 베트남인데, 유럽 고성 느낌의 건물들이 가득해서 유럽 냄새를 풍겼다. 날씨마저도 베트남 날씨가 아니었다. 산 꼭대기에 있어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더라.
바나힐에는 꽤 놀이기구가 많았다. 입구에서 범퍼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엄마는 범퍼카를 처음 타본다고 했다. 운전대를 그녀에게 맡겼다.
“부딪혀야 더 재밌는 거야.
여긴 도로가 아니니까 맘대로 부딪혀 봐.”
처음에는 쭈뼜대다가, 엄마는 금세 운전 감을 익혔다. 우리 차는 빠르게 요리조리 핸들을 꺾으며 범퍼카장을 누볐다. 온몸이 출렁출렁 흔들릴 정도로 앞에 보이는 차들을 박았다. (평소 도로에서 엄마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안전운전을 한다.) 운전은 난폭했으나 엄마가 어느 때보다 세상 자유로워 보였다. 과감한 그녀의 모습을 열렬히 응원하게 되더라.
그렇게 물꼬를 튼 엄마의 놀이기구 체험은 계속되었다. 5D 게임관에선 카우보이처럼 말을 타고 총 쏘며 달렸다. 사격 조준 실력이 좋지 않아, 순위권 안에는 못 들었다. 아무렴 어떠리. 놀이기구에 잠시 몸을 맡겨보는 거다.
4D 상영관에선 빠르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바람을 느꼈다. 전투기에 타면 느낌이 이럴 걸까. 탑건 매버릭 영화가 떠올랐다. 엄마는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그렇다. 잠시 무서우면 눈을 감으면 된다.
스피드를 즐겨야 하는 카트에도 도전했다. 바나힐 카트는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서 가고 멈추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도 무섭지 않게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제주도에 무동력카트가 생각났다. 다음엔 981 파크 가족들이랑 도전?
마지막엔 공중그네를 탔는데 별로 안 무섭다고 엄마를 안심시켰다. 왜냐면 한국에 있는 놀이기구랑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상 타보니 높은 곳에서 빙빙 돌아서 제일 무섭더라. 나도 눈을 꼭 감고 탔다. 역시 눈 감고 타면 무서운 놀이기구가 조금은 덜 무섭다.
현란한 중세유럽 복장을 입은 놀이동산 직원들이랑 사진도 찍었다. 엄마는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된 것 같다며 아이처럼 즐겼다. 어릴 땐 내가 엄마 따라 놀이동산에 갔는데, 크니까 내가 엄마를 모시고 놀이동산에 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며칠 전에 대관람차 타러 갔을 때, 엄마는 디스코팡팡 같은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밌는 놀이기구 탈 여유도 없이 삼 남매를 키운 게 뭔가 찡했다. 그땐 밤에 가서 놀이기구를 탈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 바나힐 와서 그 아쉬움을 제대로 해소했다. 엄마의 처음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사실 바나힐은 골든브리지의 손바닥이 유명하다. 마치 포항 호미곶 손바닥이 떠오르게 한다. 손바닥이 다리를 받치고 있어서 직접 손바닥 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이 이곳의 장점이다. 산의 높이가 높이니만큼 보통 안개가 자욱해서 선명한 손바닥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쾌청한 날씨여서 뚜렷한 형태의 손바닥을 볼 수 있었다.
손바닥을 보기 위해서 간 바나힐이었지만, 엄마의 동심을 찾은 여행이 되었다. 막연한 두려움과 무서움으로부터 일단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된 엄마. 엄마의 처음을 옆에서 같이 시작하면서 그 두려움과 무서움을 조금씩 깨나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어쩌면 인생은 처음 보는 놀이기구를 눈 딱 감고 한번 타보는 것의 연속이 아닐까. 그러다 재밌는 놀이기구를 만나게 되고. 무서운 놀이기구라도 그렇게 한번 타보면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고 나중엔 즐기게 되는 거다. 혹시 지금 호기심 가는 놀이기구 같은 새로운 일이 눈앞에 있다면, 일단 속는 셈 치고 눈 딱 감고 한번 도전해 보시라. 분명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