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를 위한 여행

사는 기쁨.

by 탱탱볼에세이

여행을 가면 당신은 어떤 기념품을 사는가? 마그넷? 티셔츠? 인형? 컵? 나는 사는 품목이 특별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그 나라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을 꼭 사는 편이다. 아무것도 안 사고 빈 손으로 오면 마음 한켠이 아쉽다.


남들에겐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쁘고 귀여우면 사야 할 이유를 찾아서라도 구매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아오자이를 사는 대신 아오자이를 입은 스타벅스 곰돌이를 샀다. 아오자이를 내가 입으면 베트남에서 사진 찍을 때 잠깐 밖에 못 쓴다. 곰인형은 이미 아오자이를 입고 있으니 잘 보이는 곳에 두기만 하면 언제든 베트남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 더욱 실용적이지 않은가.

굿즈를 사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예쁜 마트료시카를 사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쇼핑이 워낙 발달해서, 굳이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해외구매대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직접 살펴보고 내가 고심해서 취향에 맞게 고른 물건이어야 애정이 오래가지 않나?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굿즈를 향한 여정을 기꺼이 감수한다.


다낭에서 콩카페 1호점, 3호점을 갔는데 마음에 드는 굿즈가 없더라.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호이안 콩카페에 오니 굿즈 종류가 많았다. 눈이 돌아갔다. 법랑 머그컵이 마음에 쏙 들었다. 콩카페의 시그니처 컬러인 카키색으로 사버렸다. 컵에 물을 담아 마실 때마다 콩카페의 추억, 베트남 살이의 향수가 떠오르지 않을까. 나에게 굿즈는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게 해주는 고마운 알람이다.

여행 가면 남는 게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여행에 다녀온 걸 알려주는 건 굿즈뿐이다. 여행사진은 찍어놓고 다시 찾아보지 않게 되지 않나. 굿즈는 언제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생활 속 유용한 쓰임으로 하루하루 내 곁에 있다. 이렇게 말하니 굿즈에 미친 자 같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면서도 굿즈 구매만큼은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혹시 여행지에서 이런 쓸데없는 것을 사도 되나? 고민하다가 못 산 굿즈가 있는가. 그 당시가 아니면 다시 찾아가서 살 수도 없다. 굿즈 구매야 말로 now or never다. 그러니 부디 최소한 여행 가서라도 나를 위한 선물을 하나씩 사길 추천한다. 남들 눈치 보다가 내 여행을 추억할 조각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굿즈가 하도 많아서 집 한편은 굿즈 박물관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레고 장난감 손목시계. 전주비빔밥 라이언프렌즈 에디션. 독일 크리스마스 컵들. 태국 코끼리 모빌 등등. 보고만 있어도 여행의 즐거운 나날들이 떠오른다. 굿즈 하나를 사기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행복한데, 어찌 안 살 수 있을까. 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굿즈 사는 기쁨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나의 굿즈를 위한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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