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유럽배낭여행 시작

이렇게 된 것 이름대로 어디로든 튀어볼게요.

by 탱탱볼에세이

어제 도착한 그리스 레프카다 숙소를 하루 만에 나왔다. 원래 한 달 있을 계획으로 갔는데, 역시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 계획이 틀어져서 더 이상 레프카다 구경할 설렘을 모두 잃었다. 아침에 이구메니차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었다. 레프카다에서 이구메니차 가는 버스 티켓은 일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단 2회만 있다.


결국 얼른 그리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는 호스텔 같은 저렴한 숙소가 별로 없고 춥더라. 호스트는 내가 일주일이라도 있길 바랐다. 가고 싶던 이탈리아에 당장 간다고 말했다. 예매한 버스 티켓은 터미널 가서 수정이 가능하며 금요일까지 더 머물고 싶다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일주일은 있어줄 줄 알고, 다른 손님도 안 받았는 데부터 청소값은 15유로 든다까지 주인으로서 하소연을 했다. 그 순간,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인 오후 2시 전까지 숙소에서 기다렸다 가려던 마음마저 사라졌다. 얼른 짐을 싸서 빠져나왔다.


원하면 버스 터미널까지 오토바이로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뚜벅이여행자인 내게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어차피 걸어서 10분이면 가기 때문에 시간도 여유로우니 혼자 간다고 답했다. 알겠다며 라면이 있으면 혹시 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 내가 떠나니 아쉬웠는지 아니면 어제 라면이 상당히 맛있었는지. 어제 내가 먼저 준다고 할 땐 거절하더니! 어차피 내가 들고 다니면 짐이라서 흔쾌히 한 봉지를 선물했다. 어쨌든 하루만 머물다가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고. 거의 적고 보니 한국라면 방문판매원 같네 ㅎㅎㅎ.


하루 만에 숙소를 나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리 서로 소통이 부족했던 탓이다. 한 달을 머물 것을 미리 협의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주인이 말을 바꿨다. 기존에 제시한 금액도 원래보다 비싸졌기 때문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집 컨디션도 와이파이도 안되고, 따뜻한 물도 말하고 15분 기다렸다가 쓸 수 있는 문제도 꽤 크게 다가왔다. 거기다 집 전체 공간 중에서 방 하나를 빌려서 사는 에어비앤비는 주인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야 돼서 생각보다 불편하더라. 이번 계기로 숙소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구체화돼서 오히려 좋다.


그리스 이구메니차에 오면 이탈리아 그린디시, 바리, 앙코나로 야간 페리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다. 나는 가격이 만만하면서 나름 큰 도시인 바리로 가기로 선택했다. 큰 도시에 머물러야 좋은 숙소를 선택할 기회도 많으며, 다른 도시 가기도 저렴하고 쉽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터미널에 가서 페리 금액을 물어봤다. 페리 판매원은 먼저 내 나이를 물었다. 스물 다섯 이하는 할인 혜택이 있다. 아쉽지만 스물여덟이요. 이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행을 다니면 좋다. 페리 회사 2곳이 이탈리아 바리행을 운행 중이다. 2곳 모두 가격이 똑같더라. 오늘은 1곳만 운행한다고 해서 그곳에서 73유로 주고 티켓을 샀다. 어젯밤에 열심히 금액과 시간 정보를 찾아본 덕분에 빠르게 구매 가능했다.


온라인에서 그리스 페리정보를 찾을 때는 ferryscanner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보통 이렇게 모든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중개 사이트는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나도 그런 중개서비스 회사를 다녔지만 수수료 내는 게 상당히 아깝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를 페리 타고 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지 않고, 직접 와서 구매했다. 덕분에 별도의 수수료는 내지 않았다. 페리 타는 시간이 늦은 밤 23시 30분이기 때문에, 직접 와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충분히 여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어제 숙소에 있는데도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지난 3달 동안 여행하는 동안 한 숙소를 정하면 한 달씩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잘 곳은 있다는 안정감이 있었다. 유럽에 오니 물가도 비싸고, 정해진 숙소도 없어지니 조금 방향성이 흔들렸다. 그리스는 사실 베트남에서 유럽 넘어올 때 저렴해서 택한 것이었다. 이번 유럽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젤라또, 파스타, 피자가 있는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야간버스도 많아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고, 에어비앤비 한 달 숙소도 소통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지난주 주말에는 베트남에 있었는데, 이번주 주말에는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이동하고 있으니 신기하다. 탱탱볼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다. 이제 나조차도 진짜 내일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이 즉흥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배낭 하나만 메고 유럽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가보고 살아보는 거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여객선터미널 근처 카페에 들어와 글을 쓰고 있다. 어찌 됐든 이 상황을 즐겨봐야겠다!

*레프카다에는 레몬나무랑 요트가 참 많았다. 날이 추운데도 큼직큼직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려있더라. 강렬한 햇살과 바람에 자라서 레몬의 풍미가 더욱 좋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의외로 해양대 다닐 때, 요트 면허를 취득해 두었다. 준비된 요트운전사가 바로 여기 있다. 면허 따고 한 번도 운전해 본 적이 없는데 한번 몰아보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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