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뒤에 또 오르막길
산을 계속 넘어야 된다고 많은 이들에게 하도 얘기를 들어서 시작할 때 긴장되었다.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돼.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오르막길 그다음에 또 오르막길. 몇 개 남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에 마지막 오르막길이길 하고 계속 바랐다. 언젠가 끝은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오를 수 있었다.
산 중턱쯤 올랐을까. 탄 냄새가 심하게 났다. 산 전체에 불이 나서 모든 것이 까맣게 탔더라. 이렇게 가까이서 불탄 산을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 심지어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마저 완전히 탔다. 와중에 경이로웠던 건 그 속에서도 잔디는 또 싹을 틔우고 자라 있더라는 것이다. 이미 다 끝났어라고 절망스러운 때에도 희망은 어디선가 피어난다고 말하는 듯했다.
같이 오르는 친구들이 있어 멈출 수 없었다. 오늘도 피터랑 레이요랑 함께 걸었다. 발걸음을 맞추어 계속 따라갔다. 10km 지점마다 어김없이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 특별히 무거운 물건은 없는데 매일 같은 곳에 통증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앞으로 앞으로 향했다. 얼른 숙소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놔야 해결되는 일일 테니까.
산 넘어 산 끝에 마을이 나왔다. 25km를 내리 걸었다. 오늘 묵을 마을이었다. 입구 초입에 바로 숙소가 있어서 살았다 싶었다. 배낭을 숙소에 내려놓는 순간. 하루에 제일 뿌듯한 시간이다. 오늘도 결국 해냈다. 산 넘어 산인 하루였지만 그럼에도 산을 무사히 넘어왔음에 감사하다.
따뜻한 물에 샤워. 빠른 빨래 후 따뜻한 햇볕에 빨래 널기. 행복한 성취감을 담아 친구들과 와인을 마셨다. 매일 걷고 같은 순서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걷는 것이 적응되었나 싶다가도 새로운 길이 펼쳐져서 매번 다른 고통이다. 오늘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잠이 든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200km가 남았다. 큰 고비를 넘어서 남은 여정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으리라. 800km에선 보이지 않을 것 끝이 서서히 보인다. 매일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던 산티아고에 도착해 있겠지. 이 평범한 진리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깨닫는 중이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