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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Jun 29. 2023

철없는 살구나무

요게

살캉살캉해지면

우리 막내 생일이라이


아버지가 손수 심으신

살구나무


주황빛 돌락말락할 때

똑똑 바구니에 따 담는 맛


올해는 유난히

상처하나 없이

동글동글

까슬까슬

한가득이다.


까치발로도

작대기로도

손닿지 않은 곳


행여나 다칠까

폭신한 이불깔고

흔들어대니


바구니 위로

더 한가득이다.


아버지

먼 곳 보낸 그 해,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건만

주황빛 열매가

그득그득

매달리니


주인 잃고도

잘만 열리는 것이 영

원망스럽더라


그 다음 해에도

그그 다음 해에도


철없는 살구나무

여전히 주렁주렁

눈치도 없더라


이제 영영 이별이라고

일러주는데


어디선가

주황빛 바람이 휘돌며

속삭인다.


막내야,

생일 축하한다이.







아버지 3주기 기일을 지냈고 나의 생일도 다가온다.

유난히 곱고 환한 살구알들은 아버지 살아생전 들이신 정성값이라는 것,  넘치고 넘치는 정성을 아직도 살구나무는 열매로  남아 그것을 갚고 있는 것이다. 살구나무도 그 정성을 갚는데 아버지 잃은 나는 갚을 길이 없구나.

철없는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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