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생 한 잔

고요한 모든 것은 소리를 품고 있다.

by 테이블

당신의 눈빛이

세상을 놓아버린 그 순간


세상의 모든 포효가

고요해지던 그 아침


손 한번 내어드리지 못한

잔인한 슬픔 위로


까마득한 하늘 끝

몰아오는 눈꽃송이들


포개지고

부서지고

사라지고

새겨지고


한여름에도 녹지 못하는

머나먼 울음되어


오늘도 소분하여

저장해 둡니다.


어디선가

하얀 눈썹 하나 파르르


얘야, 그만하면 되었다

애비 삶을 몇 번이고 꽃피게 해주지 않았느냐

이제 너의 삶을 꽃피우거라...


이제서야

나의 슬픔 주머니를 터트려


당신이 품은 고요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오랫동안 아버지를 마음속에 품고 떠나보내지 못해 왔다. 평생 생의 고통을 모두 이겨내시고 내 삶의 튼튼한 기둥같던 아버지가 마지막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세상을 놓으셨을 때, 나는 손 한번 내어드리지 못한 죄로 뒤늦게 파르르 떨리는 아버지의 하얀 눈썹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차마 애도를 끝내지 못했다. 그 하얀 눈썹의 이미지는 한 여름에도 온통 부서져 내리는 눈꽃송이들처럼, 기억해내고 또 기억해내도 끝낼 수 없었던 아버지와의 추억들, 당신의 말씀들, 끝도 없는 이야기가 되어 나를 온통 겹겹이 감싸고...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무게감에 익숙해졌을 때, 아버지의 잠든 그 하얀 눈썹의 이미지가 세상 가볍게 혹은 세상 날카롭게 가라앉는 나를 띄워 올려주시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결국 가장 고요한 소리로 또 나를 살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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