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시

by 테이블

땀구멍마다 바늘이 꽂혀

미세한 구멍 새로 피가 흘러나오고

온몸에서 새어 나온 피들이 만나

주위를 물들이는


내가 선 자리에서

네 있는 곳으로

붉은 물줄기가 뻗어 흐르면

내 네 땀구멍에도

바늘을 꽂으리라


바늘 같은 언어로

붉어 차마 끔찍한

시를 흘려내리라




20대에 시란 무엇인가,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쓴 시이다. 시에 대한 시라고 해야 하나. 지금 보니 이런 섬뜩함으로 시를 쓰려했던가 싶어 새삼 놀랍다. 세상이 세상이었던지라 시로라도 세상을 어찌해봐야 한다는 열혈 청년으로서 고민의 흔적이라고 해 두자. 지금은 잔잔한 울림의 시, 소소하고 미세한 떨림의 시, 너무 작거나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던 어떤 세상의 점을 발견해낸 기쁨의 시. 이런 시들을 쓰고 싶다. 여기서 저기까지 그 울림을, 그 떨림을 점과 점을 이어나가며 그려보면 그것이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 숨막히던 무더위의 열기가 아주 조금 꺾인 밤, 또다시 생각해 본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얼마 전 다시 읽는 김수영전집2<산문>에서 연결지점을 발견해서 더 적어본다. 그의 시작노트에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온다. 아무래도 나는 그 시절, 김수영을 외치던 문학도들 사이에서 영향을 받았었던 모양이다.



시작노트 2


행동을 위한 밑받침. 행동까지의 운산이며 상승.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의 총화가 행동이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그때는 3할의 비약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질 때인 동시에 회의의 구름이 가시고 태양처럼 해답이 나오고 행동이 나온다. 시는 미지의 정확성이며 후퇴 없는 영광이다.


- 김수영 전집 2 <산문> (민음사) p.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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