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 글을 보다 보면 “영어는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꽤 많이 본다. 글에 달린 답글은 두 종류,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와 한국말을 어느 정도 완성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는 답글이다.
10여 년 전 TV 뉴스에서 인상 깊게 본 기사가 있는데, 강남 부유층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조기영어교육 부작용에 관한 취재였다. 너무 일찍 영어교육을 시작해서 아이들의 한국어 발음이 제대로 안되고 모국어와 영어 사이에 혼돈이 생긴다는 끌탕이었다. 요즘은 그런 현상은 절대 뉴스거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이중언어구사자(bilingual speaker)를 떠올려 보자. 찾아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제어가 된 지 오래인 영어는 이제 특별한 스펙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말해야 하며 거기에다 필요한 다른 언어를 더 하면 좋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낙 빠르게 연결되는 지구촌이기에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두 가지 언어를 듣고 말하며 자라야 한다. 그런 요즈음이 아니라도 이미 전 세계에는 두 개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매우 많다.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를 자전거로 여행했었는데, 모로코는 예전에 프랑스의 식민지여서 공식언어가 불어이다. 그리고 아랍인의 상권도 크기 때문에 아랍어도 많이 사용된다. 아틀라스 산맥 지역의 원주민 베르베르인들은 당연히 베르베르 어를 사용하는데 학교에서 불어를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에 익숙하다.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시간 뱃길 거리에 있기 때문에 유럽으로의 취업인구가 많아 스페인어, 영어를 하는 사람도 많다.
세계의 가난한 나라 중 몇 개로 손꼽히는 나라인 모로코에서 사람들의 외국어교육에 과연 우리나라만큼의 비용이 투입되고 있을까?
인도를 여행하면서도 그들의 언어에 대해 부러움을 가졌다. 인도의 전통언어는 힌디어, 그러나 공식 언어는 영어, 70여 개의 부족이 있고 그만큼 수많은 부족어가 있다. 함께 히말라야 트레일을 달렸던 니르말이라는 장교는 영어와 힌디어와 아버지부족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랐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개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언어를 먼저 완성하고 그 후에 차근차근 다른 언어를 배웠을까? 스므살에 시작해 영어와 터키어 두 언어를 자유롭게 말하는 필자의 딸조차도 두 언어를 동시에 익혔다.
초기에는 학자들이 말하는 두 언어의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빠른 시간에 극복이 되는 것을 보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영어를 하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유치원에 다니는 Dany의 예를 들어 보겠다. 대니는 다섯 살 때까지는 울보 찡찡이였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엄마와 아빠는 영어로 대화하니 집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데 유치원에 가면 한국어를 듣고 말해야 하니 친구들과 다투기라도 하려면 답답하기가 짐작이 간다. 쫑알거리는 다섯 살 친구들의 공격에 울음이 터지고 선생님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려니 답답해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 대니가 일곱 살이 되더니 아주 여유로운 골목대장이 되었다. 엄마와는 영어로 대화하면서 유치원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니 거리낄 것이 없어진 것이다.
이중언어 사용을 위한 조기영어습득을 우려하는 학자의 이론은 우리의 뇌, 특히 어린아이의 뇌가 가지고 있는 우주적 신비와 능력과 에너지를 간과한 것이다.
즉, 영어습득은 빠를수록 좋다. 조기교육으로 [공부]를 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소리의 존재와 리듬과 억양과 발음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가 영어소리 속에서 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