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2
흔히들 영어를 한다 하면 비장한 각오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의 멋진 두뇌는 언어를 습득할 기전을 이미 갖추고 있어서 공부로의 접근보다는 습득으로의 접근에 더 흥미롭게 반응을 한다.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운 단어와 문장보다 즐겨 듣는 영어노래의 가사가 더 행복하게 기억되고 패턴으로 외운 회화보다 외국인과 나눴던 몇 마디 대화에서 소통이 되었던 말, 실수했던 말들이 더 안 잊어버릴 수 있다.
그동안 영어를 공부로 해 왔고 가르쳐 왔기 때문에 해외여행지의 실전에서 엄~ 하며 우리말을 머릿속에서 영어로 바꾸기 위해 주어, 동사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고 외운 문장들을 떠올리려 애쓴다. 게다가 듣기 공부는 읽기, 쓰기에 비해 매우 비중을 덜 두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정신까지 멍하게 만들 지경이어서 듣지는 않고 내 할 말만 만들어서 하는 일도 생긴다. 다행히도 상대 외국인의 말이 시원치 않다는 것을 느낀 현지인들은 배려해서 천천히 말해주고 예스와 노로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니 그나마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처음 외국여행 할 때 바로 그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의 정규교육을 마쳤고 나름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스터디그룹도 만들어 공부하고, 초등학교 영어체험실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참여도 했었는데 비영어권인 유럽의 나라들을 다니면서도 영어의 쓴맛을 처절하게 보고야 말았었다.
돌아와서 더 열심히, 더 비장하게 영어공부를 했으나 그다음 여행 역시도 말만 조금 늘었을 뿐 [대화] 다운 대화는 어림도 없었다.
남편과 나는 매년 한 달 정도씩 자전거로 외국여행을 하는데, 주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다니고 이름난 관광지보다는 소도시의 마을, 오지들을 찾아다니므로 현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많고 (캠핑사이트나 길 물어보기, 민가에서 숙식할 경우가 많다.) 스마트 기기를 되도록 안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더욱 많다. 그런 여행이니 영어는 그야말로 여권, 달러와 함께 우리의 필수 아이템인 셈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내가 만족할 만큼의 영어를 말할 수 있을지 절망과 오기가 뒤섞여 있던 차에 [영어공부 카페]에서 강력하고 설득력 있고 그야말로 신박한 주장을 하는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습득이다. 모국어습득방식이 진리이다. 그렇다면? 순서에 의해서 일단은 “들려야” 한다. 3년을 들은 아기가 비로소 말문이 트이듯 우리도 그만큼의 인풋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을 인위적으로 영어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멤버들과 함께 “유레카!”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유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크라센 박사의 [침묵의 시기]라는 이론을 들었다. 인풋이 되어 축적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들을 수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다는 너무도 확실한 기초이론까지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펼쳐질 그 습득의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