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서 문
조용히 눈을 감고 내가 태어난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 본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언어]라는 도구를 장착해야 하는 아기. 그 멋진 아기인 나는 말을 어떻게 배워 왔을까.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는 소리를 들어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리듬과 속도와 음가(音價)가 다양한 소리들이었는데 태어나고 보니 드디어 그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엄마의 소리, 아빠의 소리, 배가 고파 울 때 나에게 하는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TV소리, 창밖 소리, 이웃집 소리... 나는 많은 시간을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나의 천재적이고 신비한 뇌는 그 소리들을 차곡차곡 저장해 가는데 내 혀와 입술, 성대는 단순한 울림밖에는 지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말들은 너끈히 배워 외칠 수 있다.
엄마, 맘마가 내 첫 번째 발성이었다. 간신히 바바라고 말해 주었는데 아빠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해 주시는군. 그리고 또 쉬운 말이 아니야, 싫어, 안 먹어였다.
희한하게도 부정적인 말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서 빨리 배울 수 있었다. 그 말에 대해 돌아오는 피드백도 재미있다. 그렇게 간단한 단어들로 내 존재를 확인하고 알리며 필요를 취하면서 내 나름의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3년쯤 된 어느 봄날, 엄마와 할머니가 기절할 정도로 놀라신다. 내가 한 말 때문이다.
말문이 트였다나? 언제 저런 말을 배웠는지.... 엄마는 자기가 천재를 낳은 것 같다고 하신다. 그동안 단어로만 말하다가 하도 답답해서 설명 좀 했는데 그게 그렇게 신기했나 보다.
사실 나도 시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주 조리 있게 말하니까 내 위치가 좀 더 확고해지고 요구하고 항변하고 고집부리는데 아주 유용했다. 그 무렵부터 내 언어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어른들의 대화에 참견하기도 하고 내 의사를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내 지식의 선생님이다. 나는 듣고 듣고 또 듣는다.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의 언어, TV 애니메이션의 그림과 이야기들... 그 말들은 내 뇌를 거쳐 입으로 나오고, 진정한 대화까지도 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어 간다.
그리고 뇌가 더 영글자 글씨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그림책부터 읽기 시작해 쉬운 동화를 읽으며 내 언어의 세계는 어머어마한 속도로 확장되어 간다. 그때부터 나는 독서와 학습으로 좀 더 품위 있고 똑똑한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위와 같은 과정으로 한국말을 배워 왔는데 우리 옆집의 아기는 영어를 어떻게 배워 가는지 관찰해 보았다.
같은 언어인데, 한국말은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배워 왔으면서 영어는 매우 성급하게, 이상한 방법으로 배우고 있었다. 몇백만 원짜리 전집을 파는 회사들, 방문교사 시스템을 자랑하는 회사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기획자들 구성에는 반드시 영어교육 전공자들이 함께 할 테니 그리 깊지 않은 학문의 나로서는 그 교재와 시스템에 대해 절대 언급할 수 없지만 주변 아이들을 관찰하며 성과율을 짚어 봤을 때 그 [가성비]는 매우, 아주, 심하게, 처참하게 낮았다.
그것에 대해 항의한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분명할 것이다. 기관에서는 정석대로 했는데 아이의 성향, 언어적 재능에도 핑계가 되고 엄마가 시스템대로 활용해 주지를 않아서 등 사용자의 책임으로 많이 돌아간다.
물론 잘 따라가는 아이들도 있고 잘 사용하는 엄마들, 보람찬 학원도 있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가성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거기에 부작용까지 더해진다. 영어를 싫어하는 것을 떠나 무서워하고 질색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아이들까지 보았다.
한국어나 영어나 같은 [말]인데, 한국아이가 한국어를 배워가듯, 미국아이가 영어를 배워가듯 습득해 갈 수는 없을까?
물론 한국아이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교재와 방법과 교수법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만 그 핸디캡을 최소화하고 가급적이면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상업적 방법을 버리고 원래의 이치로 돌아가서 습득해 가고 있고 아이들에게, 또한 어른들에게까지 적용하고 있다.
타이틀인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아이의 영어를 가이드한다는 작은 의미보다는 모국어, 즉 Mother Tongue의 기본 의미를 더 많이 담고 있다. 엄마의 품에서 속삼임을 들으며 말을 듣고 배워 가듯 자연스럽게 어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이 어린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엄마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비싼 교재나 시스템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주변환경을 이용해 말을 배워왔듯이 말이다.
필자 자신의 경험과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이 엄마표영어를 확신하고 즐겁게 진행해 가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