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세상에 '나'같은 사람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위로

by 땅콩빵

미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믹스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꽤 의아해 했다. 그 당시 나에게 스파이더맨이란 꽤나 울적했던 <스파이더맨>(2002) 영화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엔 문어 발 악당도 무서웠고 소리만 지르는 제인은 너무 싫었고 어딘가 우울하고 무거운 영화 속 분위기도 싫었다.

스파이더맨의 이미지가 바뀐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영화를 통해서였다. 이 영화 속 스파이더맨은 좀 더 활발했고 좀 더 가벼웠다. 철학적인 2002년 작에 비해 2012년 작은 로맨틱 코메디에 가까웠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농담을 던져대는 2012년의 스파이더맨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제서야 나도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게 됐다.


어메이징 시리즈를 넘어 마블 시리즈까지 스크린 속 실사 스파이더맨만 봐오던 나는, 소니에서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엄청 힙하고 재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예고편만으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큰 스크린이 달린 극장에서 볼 땐 감동이 휘몰아쳤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음악이나 독특한 연출, 색감, 이미 이미지 소모가 심한 캐릭터와 여러 반복되어 노출되어 피로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 것 등등 너무나 많다. 힙한 오프닝부터 시작해 마지막 엔딩 크레딧 글씨까지 완벽한 영화라 할 이야기가 산더미지만 이번 글에는 한 가지 이야기만 하기로 한다. 바로 혼자였던 스파이더맨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정말 멋진 방법으로 보여줬다는 거다.


스파이더맨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코믹스나 TV 애니메이션을 기웃거렸다. 그러면서 알게 된 스파이더맨의 공통된 성격은 이타심이라는 거다. 스파이더맨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는다. 아주 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타심은 스파이더맨의 배경 때문에 더 돋보이는데, 이상하게 스파이더맨은 항상 불행하다. 돈 없고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다. 배트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극적인 가정사도 있다. 고로 아주 외로운 캐릭터라는거다. (그럼에도 이타적인 성품 때문에 더 눈물나고 사랑스럽다 흑흑)


그런 스파이더맨에게 이 영화는 그 무거운 책임감과 외로움은 우리 모두와 공유하고 있고 이 세상에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건 단순히 너와 나는 비슷하니 너는 혼자가 아니야, 라는 것과는 다른 무게를 가진다. 스파이더맨이면 갖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타심까지 판박이로 닮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위로는 앞서 말한 것보다 더 깊게 마음 속을 파고 든다. 더욱 좋았던 점은 클론처럼 정말 똑같은 내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 시작인 영웅의 죽음부터 시작해 새로운 영웅의 탄생 더불어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은 이 영화는 정말 훌륭한 성장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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