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을 유영하는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
나는 모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전부 섭렵했다고 할 순 없지만, 매니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봤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한 때 왓챠 선호 장르 순위 상위권이 있을 만큼 학창 시절엔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좋아했다. 로코 특유의 사랑스러움이나 쾌활함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펀치 드렁크 러브는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는 황당하지만 귀여운 이유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도 완벽하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사면 사은품으로 여행권을 준다는 말에 주인공은 머리를 굴린다. 그러다 도달한 게 왕창 사고 그 쿠폰을 어떻게 저렇게 환산하면 더 이득이 된다는 거다. (+ 글을 쓴 후 영화를 다시 봤는데, 사은품으로 여행권을 주는 게 아니라 물건을 사면 항공사 마일리지 쿠폰을 준다는 설정이었다. 그 이벤트의 헛점을 발견한 주인공이 회사에 전화를 하는 장면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 생각만 믿고 주인공은 자신의 사무실에 물건을 왕창 사둔다. 나는 이 설정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상상을 할 수 있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더 앞부분이긴 하다. 바로 오프닝 장면이다. 빛이 산란되어 카메라에 비치는 옅은 색의 효과들과 더해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 덜렁 있는 오르간. 파란 수트와 푸른빛 사무실과 더해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어떤 이야기가 됐든 이건 내가 좋아할 거야, 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꿈속 같은 화면과 톡톡 튀는 이야기, 평범한 주인공들이다. 위에서 말한 카메라 효과와 노래들이 영화를 현실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애인의 집을 찾기 위해 아파트를 헤매는 장면. 그 미로 같은 비상구들과 복도가 너무 좋다. 다른 장면은 어떠한 이유로 쫓김을 당하는 주인공이 밤에 도망가는 장면이다. 로코인데도 스릴러 같은 긴장감을 주다니. 심지어 그때 연출이 너무 좋아서 보는 순간에도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뽑은 평범한 주인공은, 로코에 항상 묘사되는 킹카, 퀸카 (정말 고릿적 단어지만 로코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한 명을 특출 나게 멋있게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더 쉬운 방법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치트키를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가장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인 것 같다.
기분 좋은 잠을 자고 일어난 듯 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장담컨대 어디서에서도 못 본 사랑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