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머니볼

♩ 난 길을 잃은 작은 소녀 ♪

by 땅콩빵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머니볼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노이즈 낀 화면과 절제된 감정들, 어딘가 건조한 이야기, 어딘가 일그러진 주인공과 실패를 극복하려는 사람들, 마지막에 숨어있는 희망까지. 나는 꽤나 비관적인 태도로 살고 있기에 희망 가득한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땅바닥에 박히는 축축하고 우울한 이야기를 좋아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나는 척박한 실패 속에서 결국 희망이나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여기서 희망, 감독 또한 아주 작은 것이어야 한다. 너무 잘 숨어있어서 아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벅참 같은 거 말이다.


머니볼은 야구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걸 증명하는 이야기다. 여느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또한 아무리 주변에서 만류하고 구박당해도 주인공의 선택이 옳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안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다 같이 부여잡고 울며 승리를 만끽하는 짜릿한 장면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중반까지만 봐도 저런 장면은 절대 없을 거란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난 더 궁금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저 감정들을 어떻게 전달할까. 그런 기대감 속에 영화는 계속 흘러갔고 모종의 이유로 경기를 직접 보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왔다. 이미 여러 스포츠 영화를 포함해 드라마, 영화에서 본 장면인데도 내가 다 긴장되고 숨이 막혀왔다. 나는 이미 주인공에게 완벽하게 감정이입을 한 상태였다.


그 장면을 시작으로 내 감정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영화는 전과 같이 절제됐고 무덤덤했지만 그걸 보는 나는 거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다. 레드 삭스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장면부터 감정이 고조됐고 고심에 빠진 주인공에게 홈런을 친지도 모른 채 전력을 다해 달려가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미 눈물샘이 터졌다. 그리고 명장면이라고 불리는 그 장면. 차를 몰고 가는 주인공과 그 심정, 상황에 너무도 잘 맞는 딸의 노랫말. 첫 소절 가사부터 마음을 탁, 쳐서 눈물바다가 되었는데 함께 울컥한 주인공의 표정과 흔들리는 초점이 내 마음을 정말 일렁이게 했다. 가사가 어쩜 그럴 수 있는지. 그렇게 눈물을 뽑아내면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글자가 화면에 올라온다. 그 순간 그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몰려온다.


주인공은 결국 레드 삭스를 가지 않고 남기로 한다. 여기서 승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그 해였나, 그다음 해였나 레드 삭스는 영화 속에 나온 방법으로 우승하게 된다. 내가 그때 당시에 찾아본 바로는 아직도 그 구단은 우승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잘 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때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난 저 선택에 많은 생각이 달라붙는다. 더불어 큰 결정을 해야 할 때면 주인공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만 남고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에 또다시 후회하진 않았을까, 포기한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정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 답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내 삶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니까, 그 답도 내가 찾아야 하는 거다.


머니볼은 가끔 그 노래 가사와 주인공의 표정이 생각나 한 번씩 찾아보는 영화다. 보고 있으면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볼 때마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다. 딸이 가사 개사해서 부르는 것 또한... 감독 지니어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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