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 2019

극장에서 본 영화

by 땅콩빵

※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윤희가 거실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다. 윤희 뒤에는 누가 봐도 한국스러운 배경이 있다. 익숙한 쇼파와 가구들. 그런데 유독 이질적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쇼파 뒤에 붙은 사진들이다. 너무 익숙해서 옆집이라 해도 믿을 만한 풍경이, 그 사진들로 인해 순식간에 낯설게 변한다. 애매하게 붙어있는 그 위치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 풍경과 사진은 묘하게 어울리면서 어울리지 않는, 마치 이 영화와 같았다. 나에게 이 영화는 일본 영화와 한국 영화 그 사이에 있었다. 일본으로 이야기가 옮겨가면 환상 속에 있던 일본 모습이었고 한국이 주 무대가 되면 익숙한 한국의 모습이 보였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고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윤희와 딸의 모습이다. 항상 미디어에서 봐오던 애교스러운 딸과 익살스러운 엄마가 아니었다. 둘은 무뚝뚝했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애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둘의 무뚝뚝함은 어딘가에서 받은 상처나 결핍에서 온 게 아니었다. 단지 성격이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카메라를 보며 웃는 윤희의 모습이다. 사진 찍을 때 한 번도 웃지 않는다는 윤희는 성장의 시간을 보낸 후 그제야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이 장면이 가장 감정적으로 와 닿았다. 윤희라는 캐릭터는 영화를 판타지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현실로 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초반에 겹쳐 보이던 <러브레터>와 가장 큰 다른 점이자 큰 장점이고 매력이었다. 이 영화가 애틋한 로맨스물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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