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플래쉬

나는 외로움을 알게 된 모양이다

by 땅콩빵

*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플래쉬>만큼 호불호가 강한 영화가 있을까. 나만 해도 영화가 끝난 뒤 환호했지만 함께 본 친구는 치를 떨었다. 개봉 당시에 시사회를 통해 본 이 영화는, 극장을 나오는 순간에도 짜릿함이 남아있어 집에서 OST를 하루 종일 돌리고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 이후 몇 년간 내 영화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고 재능에 관한 영화나 재즈에 관한 영화가 있으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내 머릿속에 콱 박힌 영화였다. 하지만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어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인생영화 목록을 쓰게 되었고, 그 계기로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본 <위플래쉬>는 6년 전과 똑같이 날 흥분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날 몰입시켰고 영화를 체험하게 했다. 계속 손에 땀이 나는 바람에 수면 바지에 문지르면서 관람했다.


이번 재관람을 통해 새롭게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주인공의 외로움이었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드럼 자리를 따내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장면이다. 자신감에 차 있는 초반의 주인공은 생각보다 드럼도, 데이트도 잘 해낸다. (곧 다 무너져 내리지만.) 그리고 후반 장면에 똑같이 드럼 자리를 얻고, 데이트 신청을 위해 연락한다. 하지만 다시 얻어낸 드럼 자리는 어딘가 찜찜하고, 전 애인에게는 새로운 연인이 생겼으며 주인공이 초대한 자리에도 올 수 없다고 말한다. 화면 밖에 있는 나까지 마음이 마른다. 전화를 끊은 주인공은 말없이 침대에 앉아있는다. 그런 주인공의 얼굴을 카메라는 몇 초간 응시한다. 초반과 비슷하지만 너무 다른 감정들이 느껴진다. 무표정을 한 주인공에게선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진다. 이 장면으로 인해, 이 뒤에 나올 무대의 결과가 어떻든 주인공은 평생 행복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음악을 통해 세포 하나하나가 감전된 듯 소름 끼쳤던 처음과 다르게 이번에는 무거운 고독감이 내려앉았다. 어쩌면 주인공의 암울한 미래를 말했던 감독 인터뷰를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주인공을 잠식시킨 건, 아깝게 썩어가는 재능을 못 견뎌서가 아닌 그 차가운 외로움 때문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옛날에 인간관계를 끊어내고 만들어진 외로움과 군중 속의 고독이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크기와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인 동물이다. 모든 관계를 끊고 혼자 완전하게 살지 못한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 나온 말처럼, 인간은 각기 다른 섬이지만 인간관계라는 다리를 놓아 서로 교류를 해야 하는 것이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외로움을 알게 된 모양이다. 외로움의 섬뜩함을 알고 나서야 주인공에게 붙어있는 퍼런 외로움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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