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매드맥스 3. 시카고 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에게 이미지적으로 진한 인상을 남겼다.

by 땅콩빵

공통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이 세 편의 영화는 이미지적으로 진한 인상을 남겼다. 장면이 주는 강렬한 힘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액션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님에도 <매드 맥스>는 예고편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먼저 날리는 주황빛 사막. 거칠게 몰아붙이는 액션들. 특히 워보이 역할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가 폭풍 속 차 안에서 외친 "WHAT A LOVELY DAY!"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 장면을 4D 흑백판으로 봤을 때 짜릿함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 기대한 영화들 중 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거나 내가 기대한 것에 못 미치는 경우가 더러 있어 <매드 맥스>를 보러 극장에 앉아 있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두근 거리는 마음을 안고 본 <매드 맥스>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였다. 채도 높은 색감들과 인상적인 캐릭터 디자인들. 날것 그대로의 액션들과 몰아치는 화면. 그것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시카고>를 처음 본 건 대학교 교양 수업 덕분이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시대극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큰 흥미를 못 느끼던 영화였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나는 오프닝부터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상영 환경이 안 좋은 큰 강의실이었는데도 다른 생각은커녕 빈약한 스크린에 푹 빠져 영화를 봤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노래가 강렬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미지의 강렬함 때문이었다. 록시라는 글씨가 반짝이는 무대 위, 가장 유명한 붉은 철장 앞 탱고 씬 등등. 특히 배우들이 주는 힘이 굉장했다. 노래와 춤이 끝난 후 숨을 거칠게 쉬는 배우의 클로즈업을 보고 있자면 앉아서 마냥 보기만 하는 나까지 숨이 찼다.


여기서 추가하자면, 전에 글 쓴 <위플래쉬>와 더불어 <매드 맥스>, <시카고>는 나에게는 비슷한 류로 묶인다. 보고 있으면 내 몸 안 세포 하나하나가 폭죽이 되어 터지는 느낌. 롤러코스터 같은 것에 탄 기분. 정신없이 나를 휘둘리게 하는 영화들. 보기만 해도 짜릿한 영화들 말이다. 하지만 위플래쉬는 이미지보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더욱 커 따로 글을 썼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펀치 드렁크 러브> 또한 이미지적으로 너무 좋았던 영화였다. 그러나 이번 글과 결이 조금 다른 듯 해 빼기로 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위 두 편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매드 맥스>와 <시카고>는 내 머릿속, 세포 속에 박힌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수채화처럼 온 몸에 스며들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정확히 언제였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아주 어릴 적 TV에서 틀어준 걸 본 게 아닐까 싶다. 그 다음으로 본 건 중학생 때 지브리 영화에 관심을 가지며 어렴풋한 기억을 안고 보게 됐을 때다. 그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꼈던 여운을 아직도 기억한다. 잔잔한 OST를 배경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지금은 도통 느끼기 힘든 가슴 아픈 애틋함을 느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소금 사막 같은 배경에 버스 정류장이나 자판기 따위가 있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그 이미지가 주는 묘한 감정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이 영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극장에서 재개봉했을 당시 큰 스크린으로 봤던 맨 발로 바다에 잠긴 철도를 걷는 주인공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영화란 그 당시 나를 알려주는 지표라 했으나 이 세 편의 영화는 그것과 관계없이 언제 봐도 충격을 주는 영화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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