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5)

승구씨 화이팅!

by 유현식

어제는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자다가 기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새로 옮긴 자재 창고에 가보니 다른 사람들은 한 켠에 마련된 쉼터에서 단잠에 빠져 있고,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승구가 창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뺀지질을 하고 있다.

슬쩍 곁눈질로 손가락에 전선을 끼고 뺀지로 전선 피복 벗기기 연습하는 것을 지켜봤다. 전선 양 끝이 벗겨진 길이가 한 뼘쯤 되는 전선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양으로 보아 점심 식사 후 지금까지 연습하고 있었나 보다. 벗기고 또 벗기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반장님, 이것 좀 가르쳐 줄래요.”

전선과 뺀지를 내게 내민다. 좀 전에 그가 연습한 전선의 피복 벗기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나 보다.

받아 든 뺀지를 들고 '돌려 까기'와 '자국 내어 벗기기'를 선보이며, 전선 피복 속 구리선에 자국이 나지 않도록 적당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시범을 보였더니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은 양 밝게 웃는다. 간혹 구리선에 자국이 생기면 전선 꼬임 결선할 때 끊어지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전기 일을 배우겠다던 전직 도배공 박 씨가 돌연 그만두고 며칠 후 승구가 나타났다. 직영 소속이다 보니 세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전직 타일공이란 소문이다. 승구는 서너 달 같이 지내며 단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던 박씨와는 달리 인사성 바르고 바지런해서 정이 간다.

“뺀지는 처음이유, 다른 것은 많이 잡아봤는디.”

“전에 무슨 일 했길래 뺀지가 낯설어요.”

“조적일 했어유.”

“조적도 좋은 기술인데..., 왜?”

“뒷모도 했는디, 너무 힘들어유.”

“힘들어도 전기보다 일당이 쎄잖아요.”

“쎄면 뭐해유, 자꾸 힘에 부쳐서 기술 배우려고 왔어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전기공 윤 아무개도 타일 보조였는데, 타일공이 되기도 전에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전기로 전업했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퇴근길 승구 손에는 둘둘 말린 전선 뭉치와 뺀지가 들려 있다.

“어제는 선까는 연습하더니 오늘은 알바하러 가요?”

하며 우스갯소리를 하니 승구는 경색하며

“아~뇨, 집에 가서 연습 하려구유.”

그의 노력이 가상한지 같이 있던 동료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191216

토끼꼬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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