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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톡부부 Jul 13. 2020

혁명기념일

파리, 프랑스

결혼 준비로 한창 바빴던 2014년도 초반에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바로 신혼여행지에 대한 고민. 처음에는 당연히 가장 가보고 싶던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로 가려고 했었는데, 12월에 웨딩마치를 올리는 우리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12월의 유럽은 해도 짧고 굉장히 춥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겨울이라는 계절만의 매력이 있지만 평생 한 번 갈 수 있는 신혼여행을 날씨 때문에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쉬웠지만 언젠가는 꼭 가자며 다짐을 하고 신혼여행지를 바꾸게 되었고, 마음속에는 늘 프랑스와 스위스에 대한 로망이 남아 있었다. 그런 그곳을 세계여행을 하면서 드디어 가게 되었다. 심지어 프랑스 파리는 빌린 차량을 픽업과 반납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머물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그곳. 세계에서 낭만의 도시로 가장 유명한 그곳. 흉측하다며 철거하려고 했던 에펠탑이 있는 그곳. 프랑스의 수도이자 유럽 3대 야경으로 유명한 파리. 4개월간의 유럽 여행이 끝나고 차량을 반납하러 파리에 도착을 했고, 105일 동안 함께 한 차를 반납하고 다시 뚜벅이로 돌아갔다. 이미 프랑스 파리는 유럽 여행 초반에 다 했지만 에펠탑을 마지막으로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워낙 유명하고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붐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르스 광장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광화문 거리응원을 나온 사람들만큼 많아도 너무 많았다. 어리둥절하면서 이유를 찾아보니 7월 14일, 프랑스의 국경일인 혁명기념일이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은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의 발단이 된 바스티유 감옥 습격의 일주년을 기념해 이듬해 1790년에 실시한 건국기념일이 기원이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모습 중 하나는 에펠탑을 더 화려하게 해주는 조명들이  국기 색으로 비추는 모습이었는데, 혁명기념일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심지어 에펠탑을 배경으로 불꽃놀이까지 한다고 하니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랄까? 1년에 한 번하는 큰 축제라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찍 이곳에 도착해 잔디밭에 앉아있었지만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온 우리에게 남아있는 자리는 없었다. 수많은 인파 속으로 우리 몸 하나 앉을 곳을 찾아 겨우 자리를 잡았다. 비록 잔디밭은 아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흙밭이었지만 나중에는 잔디밭에 자리가 없어서 우리가 앉아 있던 흙밭까지 가득 채웠다. 흙밭이 문제랴. 1년에 한 번 있는 큰 축제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베트남에서는 25시간 야간 버스도 타보고, 인도에서는 수많은 연착 속에서 여행 내공이 쌓인 우리에게는 이 정도 기다림은 애교 수준이었다. 몇 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도 더 쉬운 일이었다. 간식도 챙기고 돗자리도 챙기며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해온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럽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잔잔한 음악 속에서 에펠탑의 모습은 카멜레온처럼 형형색색 색을 바꾸며 위엄을 뽐내었다. 다양한 색을 가진 에펠탑의 모습 중 단연 1등은 프랑스 국기의 색으로 바꾼 모습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실물로 영접하고 있다니.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왔다면 아마 보지 못했겠지? 신혼여행을 휴양지로 선택한 우리가 내심 기특했다. 그 날 본 에펠탑은 경이롭고 고혹적이었다. 수시로 바뀌는 에펠탑의 모습뿐만 아니라, 이곳의 분위기와 화려한 불꽃까지 유럽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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