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톡톡부부 Mar 06. 2020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여행 중에 만난 소중한 인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곳, 남미를 여행할 때 일이다. 혼자보단 둘, 둘보단 셋. 같은 한국인들끼리 뭉쳐 다니면 훨씬 좋다는 얘기를 듣고 우린 세계여행 중 처음으로 직접 동행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이전까지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나거나 공개 채팅방을 통해서 시간이 맞으면 잠깐 만나는 정도였다. 그렇게 둘만 여행을 했던 우리가 갑자기 인연을 만드려고 하니 마음에 맞는 동행을 찾기가 어려웠다.


쿠바 아바나

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레트로의 나라, 올드카가 명물인 곳, 카리브해가 눈 부시게 아름다운 쿠바를 여행하고 있었다. 인터넷이 열악한 나라이기에 정보를 얻거나 동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남미의 첫 여행지는 콜롬비아 보고타였는데, 치안이 안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잡범들이 많아서 주의가 필요한 곳이었다. 숙소도 예약하지 못한 채 콜롬비아에 도착했고,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탄 한국분들과 함께 한인민박으로 이동했다.

에콰도르 바뇨스

늦은 밤, 남미의 첫 나라, 불안한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을 했고 다행히 남는 방이 있어서 묵을 수 있었다. 남미는 주로 중장기 여행자들이 많은데 이곳 한인민박에도 장기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각자의 계획이 있기에 쉽게 동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다가 에콰도르 키토로 넘어갔다. 불안한 마음과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기에 역시 한인민박에 묵었다.


에콰도르에서 만난 친구들은 장기 여행자들이었고, 우리와 루트가 거의 비슷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 서로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다. 한인민박에서 만나 남미 여행의 대부분을 함께한 우리의 첫 동행. 우리 4명은 약 한 달 동안 일정이 비슷해서 같이 다니기로 했다. 에콰도르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행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우리의 첫 트래킹 페루 와라즈 69호수

보통 여행 중 힘들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고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의 기억을 자극해 왜곡시키곤 한다. 에콰도르 바뇨스에서 페루 와라즈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직행버스가 없어서 총 4번의 버스를 타야 하고 국경을 한번 넘어야 하며, 시간이 잘 맞아도 꼬박 2박 3일이 걸린다고 했는데, 우리는 3박 4일에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무리 버스를 많이 타봤다고 해도 3박 4일 동안 이동은 정말 힘들었다. 같이 운동을 하거나 공통된 일을 함께 겪으면 더욱 유대감이 형성되듯이 우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끈끈한 무언가가 생겼다.

볼리비아 우유니

그렇게 순조롭게 여행을 하다가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길에 잠시 헤어졌다. 우리는 달 주기에 맞춰서 볼리비아 우유니에 빨리 도착을 하고 싶었고, 그들은 중간에 다른 지역을 둘러보고 온다고 말했다. 이틀 뒤 우리는 우유니에서 재회를 했고,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새로운 동행이 생겨서 4명이었던 우리는 6명까지 되었다. 6명은 서로 마음이 잘 맞았고 이전보다 더 든든해졌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동행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4,000m 야외 온천을 즐기고 나서

각자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함께 여행을 하며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갔다. 짧지만 강렬하게. 4,000~5,000m의 고산지대를 넘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마주했고, 4,000m 야외 온천에서 하늘에 수놓은 듯한 별을 보며 마신 맥주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누구 한 명 고집부리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단 한 번의 말다툼도 없었던 우리. 동행 중 한 명은 본인의 비행기표까지 바꿔가며 다 같이 하루라도 더 여행을 했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칠레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길

우리는 다른 부부나 커플보다는 대화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담소를 나누는데 너무 말이 많아서 가끔은 밤에 잠도 못 자며 얘기를 한 적도 있었다. 이야기 주제 중 여행을 빼놓을 수 없는데 보통은 우리 둘만 아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얘기를 한다. 우리의 남미 여행을 회상할 때면 늘 얘기 나오는 동행들. 그들은 우리의 남미 여행에 쌓인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추억을 함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1171일간 55개국 부부 세계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