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총출동
새벽 4시에 일어나 충주로 이동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를 위해서 가족들이 모인 것. 덥수룩하게 자란 잡초 덩굴은 정글과도 같았다. 길이 단단히 막고 선 수풀 앞에서 어떻게든 길을 뚫겠다는 예초기와 전쟁을 치렀다.
내 키보다 큰 잔디들을 거둬낸 다음에야 탐스러운 밤들을 품은 밤송이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전 할머니와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 오면 추억이 떠올랐다. 봄에는 돌나물과 쑥을 뜯고 가을엔 밤을 줍던. 빈 손으로 왔다가 선물 한 보따리를 품고 집으로 돌아갔던.
예초는 크게 한식 때와 추석 때 진행한다. 일 년에 두 번을 챙기는 이 의식이 사실 챙기기에 부담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제때 챙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닿을 통로가 막혀버리는 것만 같아서. 성능 좋은 예초기가 필요한 이유다.
깔끔하게 묘의 이발을 마치고 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절을 두 번 하며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차렸던 음식을 간단하게 나눠먹는다. 산 중턱에 있는 산소에 내려와서 매번 가는 단골 식당에 간다. 곤드레와 더덕구이와 청국장, 제육볶음 모든 메뉴를 빠짐없이 즐긴다.
하나의 목적 하에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밥 한 끼를 함께 하는 일. 이 길을 어떻게 뚫나 아침 안개처럼 막막함도 잠시 뿐이었다. 힘을 모아 오늘도 결국 헤쳐나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족들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안다. 다음 한식 때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