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Sep 17. 2023

이것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족들 총출동

 새벽 4시에 일어나 충주로 이동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를 위해서 가족들이 모인 것. 덥수룩하게 자란 잡초 덩굴은 정글과도 같았다. 길이 단단히 막고 선 수풀 앞에서 어떻게든 길을 뚫겠다는 예초기와 전쟁을 치렀다.


내 키보다 큰 잔디들을 거둬낸 다음에야 탐스러운 밤들을 품은 밤송이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전 할머니와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 오면 추억이 떠올랐다. 봄에는 돌나물과 쑥을 뜯고 가을엔 밤을 줍던. 빈 손으로 왔다가 선물 한 보따리를 품고 집으로 돌아갔던.


예초는 크게 한식 때와 추석 때 진행한다. 일 년에 두 번을 챙기는 이 의식이 사실 챙기기에 부담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제때 챙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닿을 통로가 막혀버리는 것만 같아서. 성능 좋은 예초기가 필요한 이유다.


깔끔하게 묘의 이발을 마치고 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절을 두 번 하며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차렸던 음식을 간단하게 나눠먹는다. 산 중턱에 있는 산소에 내려와서 매번 가는 단골 식당에 간다. 곤드레와 더덕구이와 청국장, 제육볶음 모든 메뉴를 빠짐없이 즐긴다.


하나의 목적 하에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밥 한 끼를 함께 하는 일. 이 길을 어떻게 뚫나 아침 안개처럼 막막함도 잠시 뿐이었다. 힘을 모아 오늘도 결국 헤쳐나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족들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안다. 다음 한식 때 또 봬요.

매거진의 이전글 티끌도보클럽 졸업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