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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Oct 12. 2023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치킨집이 생겼다

추석선물

 시골에는 있는 것 빼고 다 없다. 새로운 곳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번엔 저렴한 커피집이 그랬고, 저저번엔 GS25 편의점이 그랬다.


 그런 와중 이번 추석에 치킨집이 오픈했다. 그것도 무려 이름 있는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배달앱이 닿지 않는 곳에 치킨집이라니 참 귀하다.


 물론 이 치킨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무조건 매장장사만 한다. 그래서 치킨집 앞에선 차를 대고 치킨을 직접 찾으러 오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선 직접 포장하러 오면 할인해 주던 시절도 있었는데 시골에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직접 포장이 기본값인 상황이 재미있다.


 우리 동네 신상치킨집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도 아직 이 집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다. 원래 먹던 거래처를 끊을 수는 없더라. 물론 시골살이가 반년도 되지 않았기에 지금껏 치킨을 먹은 건 3번 정도다. 하지만 단순한 의리에서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주문하던 치킨집은 다른 마을에 있다. 하지만 전화로 주문하면 트럭으로 운전해서 치킨을 배달해 주신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도시와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배달비도 따로 없다. 이미 치킨값 만 8천 원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리에 따라 배달비를 추가로 내야 하는 도시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거기다 무려 동네치킨집이다. 어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이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귀템이다. 도시에선 맛볼 수 없으니 이 맛은 나만 아는 것이다. 이 특별함을 시골에서 누려보는 게 짜릿하다.


 이곳의 히든카드는 고구마튀김이다. 치킨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고구마튀김을 얹어주신다. 치킨도 맛있는데, 이 치킨집의 고구마튀김이 생각나서 주기적으로 치킨을 찾게 된다.


 닭 한 마리마다 닭 모양 자석 한 개가 담겨있다. 5개를 모으면 고구마튀김을, 10개를 모으면 닭 한 마리로 교환 가능하다. 최소한 닭 모양 자석이 열 마리 모으는 동안은 기존 치킨집과의 의리를 다져볼 작정이다.


 어느 날 카카오맵에서 이 집을 검색했는데, 아무 리뷰도 없던 곳에 별점 1점 테러를 했더라. 치킨이 맛없어서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줬다는 거다. 열심히 맛있게 치킨을 튀겨 정성으로 배달하는 사장님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리뷰였다.


 평소에 내가 리뷰를 작성하기보다 남이 작성한 리뷰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바로 치킨집에 대한 애정 어린 후기를 남겼다. 다행히 그 이후에 다른 분이 인생치킨이라고 짧게 5점 리뷰를 남겨주셨더라. 나 말고도 이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조금은 든든해졌다.


 5점 리뷰가 2개여도 뾰족한 1점 리뷰 한 개에 더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사장님이 언젠가 5점 리뷰를 보시고 힘을 담뿍 얻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최애치킨집이 계속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한다.  


 사실 이 글은 친구들에게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공유했는데, 우연히 첨부된 치킨 사진에 맛있어 보인다고 해서 시작됐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기존 거래처의 치킨을 먹을 예정이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시치킨 말고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골치킨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치킨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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