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Sep 11. 2023

티끌도보클럽 졸업식

걸을수록 쌓이는 뿌듯함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하루 5천 보 걷기가 쉽지 않다. 순례길을 걸었을 땐 하루에 3만 3천 보는 기본으로 걸었는데, 한국 오니 다시 도보수가 초기화되었다. 조금이라도 걸어보아야겠다 싶은데 특별히 걸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1천 보도 걷지 않더라.


그래서 주변 친구들을 설득해 티끌도보클럽을 만들었다. 하루 5천 보 기준으로 주간 3만 5천 보를 인증하는 4주짜리 챌린지를 진행한다. 4주간 기수제로 운영된다. 티끌처럼 작은 걸음이 모여 쌓인다. 벌써 8주 동안 친구들과 걸어낸 걸음수가 300만 보 남짓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실제로 걸어서 티끌도 벌 수 있다. 캐시슬라이드, 발로소득, 토스, OK Cashbag, 삼성 모니모, 하나머니 앱을 통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것. 이렇게 적게 보니 앱테크에 미친 자 같다. 적게는 3천 보, 많게는 1만 보까지 어플마다 포인트를 준다. 이왕 걸은 거 포인트를 준다는데, 열심히 챙긴다. 반대로 포인트까지 준다고 하니 열심히 걷는다.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기수가 끝날 때 그냥 끝내는 게 아쉬워서 도보수를 계산했다. 가장 많이 걸은 친구에게 최다도보왕을, 가장 꾸준히 5천 보를 걸은 친구에게 개근도보왕을 선정했다. 8명이서 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자축하고 싶었다. 미리캔버스에서 뚝딱 상장을 만들어 소정의 상품(바나나우유)과 함께 선물했다. 물론 상품은 앱테크로 모은 포인트로 구매했다.


그렇게 1기가 끝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4주가 또 지나 어제 2기가 끝났다. 2주 차 중간에 클럽원 1명이 탈퇴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걷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며 클럽에 분위기를 저해할까 떠난 것이다. 그만큼 매주 모든 클럽원들이 3만 5천 보 이상을 걷는다. 한 명도 걸음을 못 채우는 친구가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입단비로 3만 원을 내는데, 1주 3만 5천 보를 못 채우면 7천 원을 클럽에 강제기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돈을 내고 걷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 힘은 강력하다. 탈퇴 시 그동안 열심히 지켜낸 입단비는 다시 돌려준다.


참고로 클럽 비용은 토스모임통장에 모아두고, 클럽원 누구든 원하면 통장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토스모임통장에 비용을 모아두고 소정의 이자(100원, 200원)가 붙고 있다. 이자가 태산만큼 불어나 상품 구매에 사용되길 기대한다.

 

이번 2기를 마무리하고선 아예 졸업식을 만들었다. 시작한 만큼 마무리를 잘 맺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4주 동안 열심히 걸은 친구들을 상장으로 충분히 칭찬해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선 1기와 동일하게 최다도보왕과 개근도보왕을 선정했다. 놀라운 것은 1기 최다도보왕과 개근도보왕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선정한 기준이라 모범을 보이고자 알게 모르게 열심히 추격했다. 그럼에도 다들 자리를 지켜내다니 대단하다.  


1기에 비해 눈에 띄게 도보수도 늘고, 꾸준히 걸은 1인을 성장도보왕으로 선정했다. 사실 티끌도보클럽인 만큼 걷는 걸음수가 소소하기 때문에 내 성장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선정된 본인도 놀랐다. 기수마다 도보수 정산을 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기분 좋은 발견이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해낸 클럽원 모두에게 도보인증서를 수여했다. 각자 4주간 걸었던 걸음수가 기재되어 있어, 티끌처럼 쌓은 도보수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남들보다 걸음수가 적은데, 이런 걸 다 챙겨주냐며 어색해했다.


사실 지난번 기수 때 도보왕만 선정해서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와의 약속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친구들 모두를 충분히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것이다. 비가 오더라도, 햇볕이 강렬하더라도, 아프더라도 주마다 3만 5천 보를 꾸준히 걸어냈으니 말이다.


이번 기수 도보왕 상품은 홈런볼을 준비했다. 완주한 클럽원들에게도 초코송이를 선물했다. 힘들게 걸은 만큼 달달한 결과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뜻하지 않았던 상장과 상품들로 월요일부터 스스로를 조금은 뿌듯해할 친구들의 표정이 그려진다.


신기하게 상품 구매가 앱테크 포인트로도 모두 충당되고 있다. 그만큼 티끌의 힘은 대단함을 실감한다. 한 친구는 상품까지 받으며 이러면 리더인 내게 대체 남는 게 있냐고 묻는다. 티끌 같은 걸음을 모아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티끌도보클럽을 제안하길 잘했다는 보람이 진하게 남는다.


친구들과 함께 걸을수록 이것 하나는 확실해진다. 티끌 같은 걸음들이 쌓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달달한 결과도 있을 수 있다고. 그러니 티끌 같은 시도들을 멈추지 말자고. 오늘도 각자 5천 보를 걷기를 희망한다. 티끌도보클럽은 오늘도 쉬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춧가루가 부른 나비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