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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Sep 18. 2023

맵찔이가 이곳에 가면 생기는 일

훠궈의 매력에 빠지다

희라가 부산역 근처 맛집 메뉴를 읊어주며 저녁 장소를 고르라고 했다. 불백, 밀면, 갈비, 감자탕, 피자 다양한 선택지 중 추억에 잠겨 고른 것은 이재모피자. 남포동에만 있던 매장이 성공해서 서면에 이어 부산역에도 생겼다고. 부산의 이재모피자를 먹기 위해 서울에서 KTX 타고 온다고 들었는데 지점확장세가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재모피자의 아쉬운 점은 단 하나. 사장님이 기독교 셔서 일요일엔 휴무다. 희라한테 이재모렐루야 드립을 생각해 낼 때조차 그 점을 간과했다. 일요일이라 이재모피자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더라.


이를 타파하는 희라의 새로운 제안. 바로 하이디라오. 혼자 온 손님에게 맞은편 의자에 인형을 놔주는 곳으로 기억한다. 훠궈 맛집으로 그동안 익히 이름은 들어봤으나 가본 적은 없었다. 매운 걸 굳이 찾아 먹지 않는 맵찔이이기 때문이다. 안 맵게 해달라고 하면 맵지 않다는 말에 속는 셈 치고 가봤다.


매장 입구부터 빨강빨강 아우라에 놀랐다. 주말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있었다. 네일 서비스도 제공하고 오랜 시간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게 많은 보드게임 폰게임이 준비되어 있더라. 섬세한 운영방식을 구경하느라 대기시간이 금방 갔다.


차례가 오면 핸드폰으로 메뉴를 주문한다. 육수부터 넣을 고기부터 야채, 버섯, 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미 하이디라오 vip 희라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주문해 줬다.


주문하고 2층 식당 입구에 들어서는데 맞은편 테이블에서 퍼포먼스 중이더라. 현란하게 온몸을 마구 써가시며 열정적인 면 뽑기를 보여주셨다. 누군가의 생일파티에 갑자기 초대된 기분이었다.


자리 근처에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부스가 있다. 보장된 대표적인 하이디라오 소스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 따라 만들면 된다. 희라가 맵지 않은 소스 조합을 알려줘서 따라 만들었다.


이미 나만의 소스 레시피가 있다면 차승원처럼 느낌 충만하게 제조해도 좋다. 다양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어 소스 만들기 자체가 이 공간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요소로 충분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육수에 야채, 버섯을 넣고 조금 끓이다가 고기를 풍덩 빠뜨리면 된다. 얇은 고기라 금방 분홍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고기가 적당히 익었다면 소스에 적셔 한입 가득 먹는다. 소스가 맛있어서 고기가 살살 녹았다.


하이디라오 직원들은 항상 손님을 살피더라. 촘촘한 매뉴얼이 있는지 테이블에 뭔가 부족한 것이 보이면 어느새 다가와 채워준다. 다른 식당보다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는 것이 낯설어서 직원이 올 때마다 고맙다고 했다. 빠릿빠릿하고 일머리가 좋은 직원을 만나면 왕이 된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손님은 왕이다 말의 표본을 구현해 낸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한창 열심히 먹다가 슬슬 배가 부른다. 떡과 과일,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다. 밥 배를 채웠으니 디저트 배도 마저 채운다. 갑자기 저 멀리서 인형탈 쓴 직원이 다가온다. 애교를 부리며 옆자리에 앉는다. 살가운 인형탈 직원은 맞은편 친구가 인증사진을 찍을 때까지 포즈를 취해준다. 물론 맞은편으로 이동해 친구의 포토타임도 놓치지 않는다. 팬서비스 제대로다.


주변에 진짜 생일인 손님이 있었는지 갑자기 생일축하노래가 나오며 시끌벅쩍하게 축하해 준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 들었다. 희라는 훠궈식당계의 러쉬 같다고 말해주었다. 비누 매장인 러쉬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세상 살갑게 접객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직원들의 서비스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계산하니 작은 쇼핑백에 간단한 과자 몇 가지를 선물로 챙겨준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과자와 사탕도 듬뿍 진열되어 있다. 주린 배를 안고 들어왔다가 든든한 배와 대만족 한 기분을 품고 나가도록 첫인상부터 마지막인상까지 완벽히 설계했다.


이런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은 1회 이상의 n차방문을 한다. 중국인 손님들이 꽤 많았는데, 여행 와서도 믿고 찾는 곳이고란 생각에 신뢰감이 올라갔다. 고객이 이거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 전에 매 순간 행동을 살펴보고 미리 캐치해서 대응할 수 있는 관심과 센스에 큰 점수를 줄 수밖에 없더라.


여러 번 방문한 친구 희라를 따라 맵찔이도 하이디라오에 가보았다.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아도 한국음식처럼 자극적으로 맵지 않아서 누구든 즐길 수 있더라. 희라는 내가 하이디라오를 여태까지 안 가봤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동안 큰 관심이 없어서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하이디라오 방문과 같은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희라 덕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할 용기를 얻었다. 주변에 들리는 이야기에 생긴 편견 때문에 직접 경험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는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다 보면 어제까지 몰랐던 모습을 오늘부턴 알아차릴 수 있는 행운도 생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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