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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Sep 22. 2023

13학번의 23년도 모교방문

여전히 아름다운 아치섬

 이번 부산행은 갑자기 결정되었다.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만난 친구 레미의 여행일정에 따라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소진언니와 유경언니에게 연락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언니들이 월요일부터 휴가를 내주었다. 애정하는 카페인 네 살 차이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먹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졸업하고 학교에 찾아가 본 적이 없어서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내가 입학했을 땐 13학번이었는데, 올해 입학한 친구들이 23학번이더라.


 시간이 흘렀으나 학교는 그 자리에 있었다. 리모델링을 해서 겉모습은 새로워졌지만, 건물 안에 들어서자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맡았던 오래된 냄새 그대로였다.


 이미 학교 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나 영업이 끝났더라. 학교 다닐 땐 언제든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운영시간이 변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의 풍경이 사뭇 달라진 것이 낯설었다. 자갈마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 학교만의 보물이다. 섬에 있는 학교라 사방에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주변에 태종대가 유명관광지지만, 자갈마당으로 충분했다. 미니 태종대를 학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학교의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자갈마당의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학교는 걸어 다녀도 20분이면 다 돌 수 있을 만큼 귀여운 규모다.  소진언니의 차를 타고 이동해서 편했다. 학교 다닐 땐 왜 차 타고 다닐 생각을 못 했는지 싶다. 요즘 학생들은 다들 차 몰고 다니는지 학교에 차가 많아졌더라. 학교 입구에 주차차단기도 생기고, 주차비도 받는 것이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도 생기고 대형카페도 들어온 것이 어촌마을 영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점심은 학교 근처 밀면집에 가서 먹었다. 1학년때 과방에 있으면, 조교오빠가 한 차 가득 태워 데려가주셨던 맛집이다. 식당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언덕배기에 위치한 것이 인상적이라 기억 속에서 찾았다.


 여긴 물밀면과 비빔밀면 딱 두 개만 판다. 여전히 그 맛 그대로라 행복했다. 쫄깃쫄깃한 면과 달짝지근한 소스가 찰떡궁합으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만두가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땐 밀면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는데, 이젠 만두까지 제대로 품어야 만족스러운 나이가 된 걸까.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 와서 이모집, 할매집, 목포식당을 가는 것을 내가 졸업하고서야 이해한다. 그 식당들은 모두 없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아치섬이 있어서 다행이다. 대학시절의 낭만을 그 당시로 돌아가 잠깐 맛본 기분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와 변한 것과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학교가 새롭게 좋아졌는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낯설었다. 같이 공부했던 언니들과 졸업하고 다시 학교에 함께 올 수 있는 인연에 감사했다. 혼자 학교를 찾아온다고 하면 졸업생이 무슨 학교냐며 쑥스러워서 안 왔을 거다.


 예정에 없었지만 13학번의 23년도 모교방문은 성공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언젠가 없어질 수 있지만, 추억은 계속 마음 한켠에 자리해 있더라. 함께한 추억이 있다면 이미 사라진 것들도 언제든 기억할 수 있다. 어쩌면 진짜 소중한 것은 마음에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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