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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Sep 23. 2023

어린왕자가 뭐길래

부산 가볼만한곳 1위. 감천문화마을

 오랜만에 찾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외국인들에게 꼭 방문해야 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언덕배기에 있어 절대 우연히 들릴 수 없는 곳인데 마음먹고 기어코 찾아가는 곳이 되었달까. 8년 전에 보았던 모습과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인기 있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감천문화마을의 어린왕자 작품 앞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 덕분에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더라. 마을 입구에 교통통제를 하시는 분이 두 분이나 배치되어 있어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모든 관광객들이 어린왕자 앞에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화요일인데도 줄을 길게 세울 정도로 어린왕자의 대단한 인기에 놀랐다. 옛날엔 아무도 없어서 마음 편히 사진 찍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였는데 유명해진 어린왕자가 낯설기도 했다. 어쨌든 외국인들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올 정도로 감천문화마을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웠다.


 레미는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한참을 고민했다. 이를 그냥 지나친다면 여기를 왔다간 것이 아니게 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마치 파리 에펠탑에 갔는데 아무런 사진을 찍지 않고 돌아온 느낌이랄까.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으로 바라보기 위한 상징물로 감천문화마을의 어린왕자 작품이 탄생했지만 한 장의 인증사진 앞에선 소용없었다.


 그저 레미의 첫번째 부산여행을 돕고 싶었다. 우리도 30분 넘게 줄을 서서 어린왕자와 사진 찍기 위해 기다렸다. 우리 바로 앞엔 중국인 커플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일지 모르는 시간이니 기다렸다.


 우리 뒤에 기다린 분들도 중국인 그룹이었는데, 중국어로 시간 많이 잡아먹었으니 이제 그만 나오라고 소리쳤다. 레미는 아빠가 중국인이라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말해주니 속 시원했다고. 워낙 어린왕자의 인기가 대단하니 이런 해프닝도 생긴다.


 어린왕자를 배경으로 한 건물 벽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오후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여행일정을 부산역에서 시작했는데, 부산역에서 팔던 기념품 중 어린왕자를 보고 레미는 꼭 어린왕자를 보러 감천문화마을에 가야 한다고 했다.


 레미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온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파스텔톤으로 켜켜이 물든 무지갯빛 언덕과 그 뒤로 펼쳐진 바다. 그리고 곳곳에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작품들에 감탄했다. 셀피존이 가득한 곳이라며. 어쩌면 이곳이 어린왕자의 B612 행성일지도.


 사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 피난민 분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었다. 관광객들은 잠깐 사진을 찍기 위해 가지만 주민들은 거기서 매일을 생활한다. 관광객은 어린왕자 옆에서 사진 찍을 때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주인공은 주민분들이다.


 이번 방문도 진짜 감천문화마을을 보기엔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저 찰칵찰칵 사진찍기에만 바빴으니 말이다. 우리들의 어린왕자는 이미 마음속에 있는데. 다음에 감천문화마을을 간다면 핸드폰의 카메라보다는 두 눈에 시선을 담겠다고 다짐해 본다. 책장 속에 고이 꽂힌 어린왕자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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