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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Sep 25. 2023

부산여행이 처음인 외국친구를 위한 7가지 코스

프로계획러 친구에게 인정받은 부산여행 일정

 지난 4월 이탈리아 바리에서 만난 레미를 지난주 부산에서 다시 만난 게 아직도 꿈만 같다. 레미는 자주 한국에 와봤지만, 그동안 서울만 돌아다녔다고. 그녀의 첫 부산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산여행이 처음인 외국친구를 위한 코스를 액기스만 꺼내본다.


 레미는 다 계획이 있는 친구라 미리 Wanderlog라는 여행앱을 공유해 줬다. 그녀가 가고 싶은 부산의 장소들이 모두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세어보니 30개가 넘었다. 이걸 2박 3일 안에 다 할 수 있을까 잠시 멘붕에 빠졌다. 처음 온 관광객이면 꼭 가야 하는 감천문화마을, 광안리, 해운대만 고려했다.


 그녀가 첫 부산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영화 <부산행>에 있었다. 실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는 KTX에서 부산행을 보며 내려왔다고. 예를 들면 대전역에서는 영화 속 대전역 구간을 보고, 대구역에서는 영화 속 대구역 구간을 보는 식. 신박한 여행방식에 큰 영감을 얻었다. 뻔한 여행 말고 새로운 발견이 되어준 장소들만 아래에 소개한다.


1. 베르크 로스터스

 레미는 디지털 노마드다. 낮에는 여행하고 밤에는 일한다. 침대에 누워 코딩하는 그녀. 나랑 동갑인데 체력이 대단하다. 지난 밤늦게까지 일해서 피곤했는지 잠을 깨기 위해 먼저 커피를 찾더라.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서면의 힙한 카페 베르크에 방문했다.


 의도치 않게 아침 10시에 오픈런을 했는데, 11시까지 할인이 된단다.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가 보다. 모두 오픈런을 하시라.


 1층엔 다양한 카페 굿즈가 한 켠에 전시되어 있다. 굿즈 마니아인 나는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침을 흘리며 구경했다. 티셔츠에 "YES, I WERK HERE"을 보고 감탄했다. WERK(베르크)는 독일어로 일이란 뜻이다. "응, 나 여기서 일해"란 의미인 것. 베르크에 일하는 직원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그동안 내 직장을 자랑스러워했을까 돌아보니 많이 찔렸다.


 평일 오전이라 손님이 우리 포함 딱 3명뿐이었다. 2층 매장에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밸런스게임 종이가 있어서 챙겼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일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라 여행작가 프리랜서를 준비하는 나와 디지털노마드로 여행하는 레미의 취향차이와 선호하는 가치관을 알 수 있었다. 친한 친구와 또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와 같이 일에 관한 밸런스 게임을 해보길 추천한다. 커피도 물론 훌륭했다. (원두가 다양했는데, 산미를 싫어하는 내가 고른 원두는 baby였다.)


2. 시현하다 프레임

 요즘 포토부스와 탕후루의 인기는 가히 대단하다. 교회와 편의점만큼 눈에 잘 띈달까. 뜨겁게 유행하는 만큼 괜찮은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우연히 걷다가 시현하다를 발견했다. 여기도 포토부스가 생겼구나 호기심에 들어갔다.


시현하다는 식상 해지기 쉬운 증명사진에 개인의 퍼스널컬러에 맞춘 배경을 넣어 개성을 살려준 브랜드로 유명하다. 포토부스는 깔끔한 프레임에 사진이 쨍하게 잘 나온다. 나의 컬러를 발견하고 싶은 분은 미리 예약해서 작가님이 촬영해 주시는 시현하다를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3. 부산역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공중보행로

첫날은 밤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위해 숙소인 서면으로 급히 이동하느라 부산의 바다를 보지 못했다. 부산은 바다인데, 여행일정상 가까운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부산역을 다시 찾았다. 부산역 뒤편에 다리를 따라 건너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이어진다.


 최근에 공중보행로가 개통되며 쉽게 바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배를 타고 일본에 갈 일이 없다면 가지 않을 곳일지도 모른다. 부산항대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부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라 단언한다. 특히 밤에 부산역에 도착한다면 꼭 방문하여 부산항대교 야경을 놓치지 마시라.


4. 큰집

 레미가 부산에서 먹고 싶어 한 음식은 닭발, 새우장, 막창이었다. 내가 잘 먹는 음식메뉴들이 아니라 카카오맵에서 남포동에서 새우장이 맛있는 식당을 찾았다. 매운맛새우장 정식과 갈비찜 정식을 돌솥밥 세트로 주문했다. 친구가 불닭비빔면을 잘 먹을 정도로 매운맛을 좋아해서 난 맵찔이이지만 도전했다. 다행히 안 맵더라.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푸짐하고 다양한 반찬의 가짓수이다. 특히나 이곳은 모든 반찬 다시 채워 드립니다. 먹을 만큼 적당하게, 남김없이 깨끗하게라고 크게 걸려있다. 한국음식을 제대로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곳이라 자부한다.


 레미는 신나서 고추된장무침을 여러 번 리필했다. 그날 새로 알려준 JMT(존마탱의 다른 표현: 엄청 맛있다는 뜻)를 연발해서 귀여웠다. 똑똑해서 뭔가를 알려주면 적재적소에 활용이 빠르다.


돌솥밥을 시키면 밥을 먹고 누룽지도 남김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숭늉의 매력을 친구에게 전파하려고 돌솥밥을 먹었는데, 맛있는 반찬과 음식에 금방 배불러서 밥을 남겼더라. 누룽지 시식하더니 밍밍하단다. 이런 자극적인 입맛으로 길들여진 현대인.


 설계에 실패해서 좌절한 것도 잠시. 식당 중앙에 식혜코너로 가서 시원하고 달달한 식혜를 건네주었다. 확실하고 찐한 맛을 좋아했던 레미는 식혜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두 컵을 연달아 마셨다. 나름 부산에서 4년을 살았었는데 이번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라,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가봐야지.


5. 안마의자카페

 아침부터 일정을 꽉꽉 채워서 돌아다니면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레미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카페 갈 일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향한 곳은 미스터힐링. 50분 안마의자+음료 한 잔 코스를 누렸다.


 나름 한국을 많이 와본 레미에게도 안마의자카페는 처음이었다. 안마를 받는 50분이 금방 지나갔다며 카페이름처럼 제대로 힐링했다고 한다. 방탈출카페 고인물에게 새로운 이색카페를 소개할 수 있어 짜릿했다. 안마의자카페 덕분에 열심히 에너지 충전해서 밤늦게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타이트한 여행일정에서 잠시 쉼표를 가져보면 어떨까.


6. 부산항대교 통과 버스 탑승

 영도에서 부산항대교를 타면, 올라가는 길이 롤러코스터 같다. 40m 위 회전형 도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대교를 오르다 멘붕에 빠진 운전자 이야기가 유명하다.


 외국인친구가 고소공포증이 없고, 롤러코스터 타는 걸 즐긴다면 부산항대교를 지나는 주황색버스를 타보길 추천한다. 즐거운 하나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참고로 부산항대교를 지나는 버스는 1006번과 1011번 그리고 부산시티투어버스 해운대, 태종대 노선이 있다.


7. 해운대밀면

 레미는 해안가 가까이 높고 현대적인 빌딩이 모여있는 해운대를 놀라워했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부산음식을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익힌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여 돼지국밥은 패스했다. 역시 여름엔 밀면과 만두 조합이 최고지 않을까. 예상외로 그녀는 서비스로 나오는 사골육수에 반해서 세 컵이나 마셨다. 원하면 언제든 더 리필해서 마실 수 있는 한국이 최고다.


 4년간 부산에서 학교 다녔던 것이 벌써 5년 전 일이 되었다. 타지인으로 다시 찾은 부산은 대부분 여전히 그대로였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많은 부분을 새로이 정비해 깔끔한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 자본이 제대로 투입되면 쾌적하고 도시적인 부산을 만날 수도 있구나 새로웠다.


레미는 부산여행을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아낌없이 말했다. 그녀의 요구사항을 다 맞춰서 부산의 이모저모를 구경시켜 준 것이 꽤 든든했으리라. 훗날 그녀가 사는 캘리포니아에 놀러 가면 제대로 구경시켜 준다고 약속했다. 레미에게 내가 애정하는 부산을 직접 소개할 수 있어 행복한 3일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6.25 전쟁의 임시수도였던 부산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 부산 감천마을, 영도 흰여울마을, 남포동, 서면, 광안리, 해운대 동네마다 가진 모습이 색다르다. 부산에 세계박람회가 유치되어 더 많은 외국인들이 부산의 진짜 매력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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