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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Sep 26. 2023

생애 첫 향교 방문기

임실에서 하루 유생 체험

 우리나라 향교에 가본 적이 있는가? 향교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전국의 각 지방마다 설립된 관립 교육기관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공립 중고등학교와 비슷한 셈이다. 나라에서 무료로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라 등록금도 전혀 없다.


 임실 향교와 서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향교를 처음 가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이다. 유생은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말한다. 모름지기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하는 법. 하늘색 유복을 갖춰 입었다. 유복을 입으니 좀 더 예의 있어진 기분이 들었다.


 향교에 입학자격은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양반과 양인의 자제가 입학하였다. 16세 이상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향교 학생에겐 군역의 의무가 면제되었단다. 군 면제의 달콤함 때문에 너도나도 향교의 학생이 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실제 향교에 다심한 경우엔 40세까지도 향교의 학생으로 등록한 경우도 있었다고.


 향교에 가면 꼭 커다란 은행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가을에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면 바로 알 수 있듯 특유의 냄새가 있어 벌레가 타지 않는다. 향교에서 공부하는 유생들도 벌레 타지 않고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런 향교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내가 있는 곳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향교는 제사영역인 대성전과 공부하는 명륜당으로 크게 나눠진다. 실제로 임실향교에 방문한 날이 제사가 있는 날 바로 직전이라 제사 준비로 분주했다. 보통 향교는 대성전은 뒤쪽에, 명륜당은 앞쪽에 자리한다.


 임실향교도 이런 형태다. 이런 배치를 형성한 이유는 첫째로 지형에 있다. 향교가 경사지에 위치한 곳들은 모두 동일하게 명륜당을 앞쪽에, 대성전을 뒤쪽에 둔 구조를 띤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대성전을 두는 것이다.


 둘째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공간의 위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제사공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보통 이런 전학후묘의 비율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 사회적으로 더 중요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당시의 대표적인 교육시설 성균관, 나주향교는 앞쪽에 명륜당을, 뒤쪽에 대성전을 배치한 형태라고 한다. 앞으론 향교와 서원을 방문했을 때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물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가 되겠다.


 프로그램은 1박 2일로 이뤄진다. 첫째 날은 임실 향교에서 임실의 역사와 향교의 예절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타일에 연꽃문양을 그려 임실 향교 골목을 꾸미고, 향교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판소리 연극을 진행된다. 둘째 날은 임실의 서원에서 향교와 서원에 대해 한 번 더 알아보고 치즈마을로 이동하여 임실치즈 만들기 체험을 한다.


 이번 체험으로 향교와 서원을 처음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향교가 나라에서 세운 공립학교라면, 서원은 각 지역의 지식인들이 설립한 사립학교다. 그리고 보통 서원 터가 원래는 절인 곳들이 많다는 재미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역사가 바뀌며 믿는 종교는 달라졌지만, 항상 경치가 좋고 명당자리에 굳건한 믿음이 자리했던 것이다.


 유교걸까지는 아니지만 유교사회부터 전해 내려온 기본적인 예절을 배경을 이해하여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장례식장 갈 때 문상 간다고 보통 하는데, 문상은 여자가 죽은 상에 인사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조상은 남자가 죽은 상에 인사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는 조상과 문상을 합쳐 "조문 간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꽃송이가 영정 쪽으로 가도록 국화를 올려놓아야 하는 점도 제대로 배웠다. 죽은 이의 영전에 꽃향기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생애 첫 향교 방문을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았다. 참고로 해당 프로그램 신청 문의는 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로 전화(063-243-3274) 문의하면 된다. 나아가 문화유산 유유자적( https://www.cha.go.kr/eventInfo/index.do )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그동안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만 따라다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이미 한국의 9개 서원(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더라. 향교도 이에 힘을 얻어 각 도를 대표하는 거점향교(강릉, 수원, 전주, 나주, 경주, 밀양, 제주)를 필두로 국가문화재 보유 16개 향교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중에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 카페보다 탁 트인 명당자리에 위치한 향교와 서원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문화재를 가까이서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를 이제라도 잡아보려 한다. 주변에 향교와 서원을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향교나 서원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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