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Feb 05. 2024

맥도날드세권이면 생기는 일

일단 냅다 입장

숙소가 맥도날드세권이었다. 숙소 문밖을 나오자마자 바로 맥도날드라 괜히 이유를 만들어서 가고 싶더라. 아침마다 맥커피 한 잔을 하려고 맥도날드에 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출근도장을 찍은 셈. 돈이 되지 않는 일 오히려 돈을 쓰는 일인데 괜히 혼자 뿌듯하다.


사실 꽤 괜찮은 맛의 따뜻한 커피를 단돈 천 원에 마실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심지어 커피양도 머그컵 한 가득이다. 커피를 다 마시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한 것.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쓰기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쓴다. 손은 바쁜데 귀가 심심한 나머지, 귓가엔 동시간대 손님들의 대화가 잔잔히 들린다.


내 귀에 들어온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 젊은 선생님과 초등학생 제자의 대화였다. 선생님이 난생처음 월급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돈을 쓴 곳이 어딜까하고 제자에게 운을 띄웠다.


 바로 배스킨라빈스에 들어가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했다고. 당시 가장 좋아하는 맛인 엄마는 외계인 맛 하나만 가득 담아 집으로 향했단다. 좋아하는 것을 돈 걱정 안 하고 가장 맛있는 맛 딱 하나를 마음껏 주문하는 모습. 그때 비로소 자신이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고. 이 얘기를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에서 들으니까, 또 그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20대로 보이는 선생님이어서 괜히 뭉클해졌다.


 그나저나 난 처음 월급 받아서 무얼 했을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 사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난 부모님께 특별히 뭘 선물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돈을 쓰고 난 무엇을 깨달았을까.


 이미 쓰인 돈은 아쉽지 않다. 아무 데도 남지 않고 흩어져간 나만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아쉬울 뿐. 지금부터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바로바로 글로 쓰기로 다짐한다. 그렇담 다음번 첫 월급 받았을 때 어디에 내 마음을 아낌없이 썼는지는 최소한 알 수 있을 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부터 부산 영도에 온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