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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13. 2024

안경이 어디로 갔을까?

발 달린 안경의 행방불명

 지난주의 일이었다. 서울에 잠시 올라오신 부모님과 면허증 갱신하러 면허시험장에 갔다. 아빠가 면허증 적성검사 기간이었기 때문.


 원래는 경찰서에 가려고 했는데, 알아보니 경찰서는 발급하는데 2주 정도 소요된단다. 시골사람들이라 신분증은 주민센터에서 여차저차 신청하고 등기로 각자 3,800원씩 내고 받기로 했는데. 면허증은 바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혹시 있을까 싶더라.


 찾아보니 면허시험장에 가서 발급받으면 바로 받을 수 있단다. 하긴 처음에 면허증 발급받을 때도 그렇게 바로 받았는데.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듯 까맣게 잊어버렸구나.


 면허시험장엔 엄청 많은 운전자들로 가득했다. 절차에 맞춰서 서류를 작성하고 적성검사하러 자리를 옮겼다. 시력검사를 하려고 바짝 긴장한 상황. 어머나! 아빠 안경이 안 보인단다.


 아빠는 운전할 때만 안경을 쓰신다. 서류 작성하실 때, 한쪽에 안경을 벗어두시길래 퍽 불안했다. 예상대로 안경을 잃어버린 거다.


 아니 그러게 내가 잘 챙기랬지이~괜히 핀잔을 얹으며 엄마랑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안경이 어디 갔을까. 도수가 달라서 누가 가져가도 안 맞을 텐데라는 그 안일함이 기어코 일을 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안내데스크에 분실물 접수된 거 없냐고 물었다. 오늘은 아쉽지만 없단다. 안경을 다시 맞춰야 하나 갑자기 스트레스가 잔뜩 몰려오는 그 순간.


 엄마가 그제서야 눈에 띈다. 엄마가 안경을 쓰고 계신다. 엄마도 물론 엄마 안경이 있다. 엄마 안경은 눈에 쓰고 계시고. 아빠 안경도 쓰고 계셨다. 엄마의 머리 위에 아빠의 안경이 고스란히 올려져있는 것이 아닌가.


 그 사실을 엄마에게 전하자마자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서 둘 다 빵 터졌다. 한참을 배꼽 빠지게 웃었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아빠안경을 저렇게 방치해 두면 안 되니 머리에 쓰신 것 같다.


사실 안경이 도수가 높아서 비싸다. 거기다 운전을 할 수 없으니 치명적이다. 그래서 안경을 잃어버리면 골치가 굉장히 아프다. 안경 안 잃어버리고, 금방 찾아서 웃기는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소원대로 모바일면허증을 발급받았기도 하고. 이젠 아빠 안경이 어디로 갔을까? 멘붕에 빠지지 않도록 안경에 위치추적기를 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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