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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04. 2024

결혼식장에서 굳이 캠코더를 든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다운 날

어제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요즘엔 특유의 아이폰만의 감성이 담긴 아이폰스냅이 유행이라더라. 그래서 나는 캠코더를 들었다.


재작년에 뉴진스 디토 뮤직비디오를 보고 캠코더 감성에 빠져 홀린 듯 구매한 바로 그 캠코더다. 가끔 친구들 중에 부모님이 어린 자녀의 모습을 “캠코더”로 열심히 담아준 것을 보면 낭만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은연중에 캠코더는 내 로망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결혼식에서 다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담아주니, 나는 캠코더로 담으면 스마트폰에서 놓친 빈틈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실제로 캠코더 영상을 찍으면 꾸밈없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아이폰 14 프로 사용자임에도 결국 결혼식장에서 캠코더를 굳이 굳이 들게 되는 이유다.


거기다 내 캠코더는 열심히 영상을 촬영하면 알아서 영상에서 순간순간을 캡처하여 사진으로도 남겨준다. 내가 의도해서 셔터를 누른 게 아니라 캠코더 자체적으로 특정시점에서 기록하는 거라 우연성이 재밌다. 사진도 꽤 결과물이 괜찮아서, 영상을 열심히 찍은 나에게 캠코더가 주는 보너스로 얻은 보상 같다.


지난 1월에 결혼한 친구에게 캠코더로 찍은 결혼식 영상을 보내줬다. 장면 하나하나가 뜻깊어서 시부모님과도 함께 즐겁게 보았단다. 부모님이 결혼하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캠코더기에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와의 애틋한 공감대가 피어오르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내가 DVD업체보다 재빠르게 편집한 영상과 원본영상, 사진을 전해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어제 캠코더로 촬영 중인 나를 지난 1월에 결혼한 친구가 찍어줬다. 사실 누군가 나를 찍어주는 일은 부끄러워서 잘 마주하지 않는데. 친구가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남겨줘서 고마웠다.


사진 속 나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이 과정에 진심인지. 앞으로도 열렬히 캠코더의 낭만을 좇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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