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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22. 2024

그로밋인형이 내게 준 교훈

사랑스러우면 그걸로 됐다

2021년 4월, 그로밋인형을 해외구매대행으로 판매했던 적이 있다. 꽤 비싸게 팔았는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검색해서 다들 군말 없이 구매했다. 어떤 광고 없이도 알아서 상위노출되었다. 고객들이 한 달 넘게 아무 컴플레인 없이 기다려주었다.


 내 물건이 팔려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걸 이렇게나 계속 산다니 사실 의아했다. 아직 한국에 많이 없던 귀여운 그로밋을 입양할 수 있다면야 그것으로 충분했다는 거다. 내 귀한 돈을 털어가더라도. 오랜 시간을 즐겁게 기다릴지라도.


 한 달 만에 취업을 해버려서 멀티가 안 되는 나는 결국 내 첫 사업자를 유야무야 접게 되었다. 2023년 7월 긴 해외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홍대 길거리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그로밋을 만났다. 1만 원이면 쉽게 구할 수 있다니. 2년 만에 그로밋은 그렇게 유행의 물결을 탔다.


 타오바오에서만 구할 수 있던 그로밋은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론 한국 번화한 길거리와 멋진 편집샵, 스마트스토어에서 어디에서나 팔리게 된 것. 그런 그로밋을 볼 때면 뿌듯하면서도 씁쓸했다. 네이트 팬카페에서 질문하면 친근하게 대답해 주던 빈지노가 어느새 엄청나게 유명해져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로밋이 유행하게 된 흐름이 온 것처럼, 2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세상이 알아봐 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다들 각자 원하는 바를 향해 계속하는 용기를 불끈불끈 내어주면 좋겠다. 그로밋인형처럼 꼭 인생에 없으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 곁에서 귀여움을 뽐내준다면 이미 합격일 지도.


P.S. 알리에서 그로밋인형을 500원 주고 샀다. 배송 깜깜무소식이라 사기당한 줄 알았다. 2달 넘게 기다림. 그래서 더 애틋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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