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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13. 2024

[치앙마이 3일 차] 식당이모에게 따봉 받은 사연

배불렁

치앙마이 와서 다짐한 게 있다. 하루에 한 끼만 식당에서 먹자. 저녁 6시가 넘어서 식사를 하면 밤새 부대끼기 때문이다. 보통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식사를 하고, 바로 카페에 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하다.


작심삼일의 마감기한이 임박한 3일 차. 밤 10시가 되면 배가 고프고, 아침에 일어나면 집 나갈 기운이 없다. 숙소에 먹을 걸 하나도 두지 않았기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의지가 꺾여버림.


원래는 치앙마이 대학교 학식을 먹으려 했으나 자전거바퀴를 굴릴 힘이 없더라. 집 근처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메뉴가 50가지가 넘는다. 다행히 영어메뉴판이 있어서 메뉴 선택에 지장이 없다. 배가 고팠던 나머지, 음식을 두 접시나 주문했다. 그것도 매우 무거운 걸로. 주문할 메뉴를 종이에 써서 식당이모에게 넘겨드렸더니 약간의 미소를 띄우셨다.


얼마 있다가 음식 두 접시가 나란히 나왔다. 이모가 활짝 웃으며 가져다주셨다. 딱 봐도 양이 엄청났다. 두 봉우리의 밥과 면을 마주했으니. 안 먹어도 이미 비주얼에 배가 불렀달까. 내가 시킨 메뉴는 태국음식의 양대산맥인 팟타이 볶음면과 팟크라파오무쌉 바질볶음밥이었다.


원래 바질볶음밥엔 계란프라이가 올려져 있어야 진짜배기다. 이미 나온 음식으로 충분히 배부를 거 같아서 계란프라이 추가주문을 참았다. 바질볶음밥을 먹으니 드디어 태국에 온 듯했다. 왜냐면 고추의 매콤함에 머리전체의 땀구멍이 개방됐기 때문이다.


볶음밥을 깔끔히 비우고 볶음면에 뛰어들었다. 한 접시를 너무 깔끔히 먹었는지 식당이모가 내게 다가오신다. 음식 두 개를 다 먹냐고 손으로 브이를 그리시며 웃으셨다. 고개를 끄덕이니 따봉을 하시며 활짝 미소를 지으시더라. 태국어를 몰라도 소통이 되는 게 신기하지 않나.


기대에 부응하려고 배가 이미 부른데도 볶음면도 깔끔히 비웠다. 배가 잔뜩 부르면서 여기가 맛있는 식당은 절대 아님을 깨달았다. 더이상 한 식당에서 혼자 두 접시는 주문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래도 처음 보는 식당이모에게 찐한 따봉을 받은 건 재밌는 에피소드가 아닐는지. 바디랭귀지의 사랑스러운 힘을 깨달은 아침이었다. 결국 이런 소소한 순간 덕분에 관광이나 여행이란 단어 대신 한 달 살기라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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