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세미급 병원에서 1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약 8개월 간 월요일부터 토요일 반나절까지 쉴 틈 없이 일했다.
쉴 틈 없이 일하면서 점점 지쳐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서서히 지칠 때쯤 9월 초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말씀드리고 후임자를 새로 뽑을 때까지 말일까지 꽉꽉 채워서 일했다.
9월 말이 지나고 10월 초
드디어 자유를 만끽했다.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수고한 의미로 머리도 식히고 힐링을 하기 위해 2주 동안 머나먼 포르투갈로 떠났다. 가이드북으로 어느 정도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번엔 숙소를 어디로 잡을까 고민을 했는데 한인민박 아니면 호스텔(Hostel)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포르투갈엔 리스본을 제외하고는 한인민박이 없었고 그나마 리스본에 하나가 있었는데 비싸서 스킵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금 더 모험을 하고 싶어 호스텔 Hostel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숙소 예약사이트가 있지만 호스텔 월드 자체가 '호스텔'에 집중되어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여행지 리스본을 검색하니까 정말 많은 호스텔이 있었다. 필터를 통해 위치, 후기, 조식제공, 주방시설이 있는 곳을 선택하고 나니까 조금은 선택지가 좁혀졌고 여러 호스텔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꼼꼼히 호스텔 정보도 확인하고 후기도 읽어보니까 좋다는 평이 많아서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예약을 했다.
그리고 3주 후 출국
저녁 늦게 리스본에 도착한 후 숙소를 찾아간다.
떨리는 첫 체크인
호스텔 직원이 웃으면서 내 이름을 먼저 물어본다.
네가 Dong su 지? 반가워. 난 에밀리야.
그러고 나서 리셉션 뒤에 진열된 술을 꺼내서 한 잔 따라주었다.
이 술은 포르투갈 전통 체리주인데 Ginjinha라고 해. Welcomig의 의미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한 잔 마셔(웃음)
한 잔 쭉 들이켰는데 입안에서 체리향이 맴돌았다.
난생처음으로 간 호스텔에서 환영의 의미로 웰커밍 드링크를 주는 문화가 신기했다.
물론 그 직원은 항상 새로운 게스트가 오면 늘 똑같이 웰커밍 드링크를 주면서 방금 막 공항에서 온 긴장한 게스트의 마음을 풀어줄 것이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방금 도착해서 정신없는 나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환대를 해준 직원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이때부터였을까. 호스텔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던 게.
다음 날
시차적응이 되지를 않아 새벽 4시 반부터 뒤척이다가 잠이 깼다. 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2층 라운지로 내려갔다. 새벽에 일하는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
새벽이라서 라운지는 조용했고 잔잔한 음악만 나오고 있었다. 종종 얼리 체크아웃으로 게스트들이 내려오곤 했다. 혼자 멍을 때리다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어떻게 돼?
난 안드레야. 너는?
나는 테디라고 해. 한국에서 왔어.
반가워.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해서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건 대화가 통한다고 해야 하나. 비록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만국의 공통어인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공감을 했고 새로운 문화에 대해 배우기도 하면서 조금씩 포르투갈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야기했을까. 안드레가 조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식기류를 가져오고 잼을 하나둘씩 꺼내고 커피포트에 커피를 세팅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시간에 맞춰서 빵집에서 배달이 오기도 했고 과일가게에서 신선한 과일이 배달 오기도 했다. 조식 준비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Andre는 직접 스크램블 에그 만들고 소시지를 구웠다.
아직 조식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안드레는 웃으면서 배고프면 먹어도 된다고 했다.
Gracias!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안드레가 퇴근 준비를 하면서
테디, 오늘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 또 보자. 쿨하게 퇴근.
홈 리스본 호스텔에서 거의 일주일 동안 지내면서 안드레와 그의 쌍둥이 동생 주암과 함께 매일 새벽에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처음에 일란성쌍둥이인지 모르고 안드레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했는데 처음 만나는 듯이 인사해서 당황했지만 주암과도 금방 친해졌다.
조식을 먹고 있는 중에 아침에 새로운 직원이 출근했는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난 미카스야. 반가워.
그렇게 또 조식을 먹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봐도 난 참 수다스럽다. 보통은 호스텔에 가면 새로운 게스트들과 친해진다는데 나 같은 경우에 직원들과 꽤 많이 친해졌다.
미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한국 친구를 만났다고 했는데 한국문화에 대해 알고 있으며 자기도 k pop을 좋아한다면서 가끔 라운지 게스트들 없을 때 한국 노래를 틀어주기도 했다.
아마 내가 호스텔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는 직원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이 아닐까
물론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귀찮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만큼은 서로 웃고 떠드는 시간들이 좋았다. 여태껏 많은 호스텔을 지내면서 이 호스텔에 더욱 정이 갔던 이유는 직원들의 친절함과 함께 호스텔 주인장이신 엘리사벳 아주머니의 따뜻한 저녁식사였다.
다른 호스텔과 달리 홈리스본 호스텔은 특별하게 MAMA'S DINER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호스텔 주인장이신 엘리사벳 아주머니께서 게스트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면서 식탁에 모두 모여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다. 게스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포르투갈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나 또한 이 디너파티에 참여를 했었는데 참여비용은 식사와 디저트 그리고 맥주까지 대략 15유로 정도. 가격도 부담이 없고 또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니까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영어회화 실력이 조금 부족해서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긴 했지만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
체크아웃하는 날이 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리셉션으로 내려와 방 키 반납과 함께 키 보증금을 받고 나서 안드레와 미카스의 포옹과 함께
잘 가. 테디. 또 만나자.
길고도 짧은 일주일 동안 너무 정이 들었고 많은 추억들을 그곳에서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9.7을 준 건 약간의 소음 때문이지만 그것 말고는 최고의 호스텔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 후 포르토에서의 5일간 여행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호스텔에서 일해보고 싶네.
프롤로그 호스텔의 매력에 빠지다.